국내의 문학번역 연구는 충실성과 가독성을 잣대로 언어적 차원의 평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언어적 차원의 번역평가를 통해 번역평가는 번역의 질을 향상시키고 번역자가 책임감...
국내의 문학번역 연구는 충실성과 가독성을 잣대로 언어적 차원의 평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언어적 차원의 번역평가를 통해 번역평가는 번역의 질을 향상시키고 번역자가 책임감을 가지고 작품에 임하게 하여 충실한 번역물이 생산되도록 한다는 순기능이 있으나 모든 번역을 더 이상적인 상태로 나아가야만 할 결함을 지닌 존재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번역텍스트를 출발어텍스트에 비해 열등한 것으로 규정하는 한계가 있다. 이창래의 Native Speaker와 두 한글 번역본에 대한 평가도 이러한 언어학적 범위의 번역비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Native Speaker는 국내에서 두 가지 번역본으로 출판되었다. 1995년에 현준만이 번역하고 미래사에서 펴낸 『네이티브 스피커』가 출판되었고 2003년에 정영목이 번역하였고 나무와숲에서 펴낸 『영원한 이방인』이 출판되었다. 현준만의 번역본은 오역이 많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정영목은 이창래가 지목을 받아 재번역하여 저자의 문체를 잘 살린 번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논문은 이러한 언어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번역연구에서 벗어나 서술이론의 관점에서 출발어텍스트의 서술과 번역에서 서술의 구성이라는 개념으로 Native Speaker의 두 한글 번역본을 비교연구한다. 베이커는 사회학적 정의를 빌려 서술을 우리가 세계를 파악하는 도구이며,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우리 행동을 규제하는 틀이라고 말한다. 베이커는 『번역과 대립』에서 출발어텍스트의 저자의 서술에 드러나는 이데올로기가 번역텍스트에서 강화되기도 하고 약화되기도 하며 변형되거나 삭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서술이론의 관점에서 출발어텍스트를 관찰할 때, 헨리의 서술에서 변형된 형태의 한국문화와 한국적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 변형된 한국문화와 정체성이 번역을 통하여 도착어텍스트로 새롭게 구성될 때, 두 번역본은 이를 해석하고 구성하는 면에서 차이점이 드러난다. 현준만은 한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헨리의 정체성을 구성하여 한국적 특성이 드러나도록 번역하였다. 그 결과로 『네이티브 스피커』의 헨리는 상대적으로 한국적 정체성이 강하고 한국독자에게 문화적 측면에서 친숙한 인물로 나타난다. 반면 정영목은 한국인의 정체성과는 차이가 드러나는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과 변형된 한국문화의 특징에 주목하여 이를 반영하는 번역텍스트를 구성하였다. 결과적으로 정영목의 번역본에서 헨리는 현준만의 번역본에 등장하는 헨리보다 미국에 동화된 정체성을 띠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한국문화와 미국문화의 교차점으로 볼 수 있는 한국문화와 관련된 어휘의 번역, 헨리와 릴리아와의 대화 번역, 동양적 침묵의 번역이라는 세 범주에서 드러난다.
위의 세 범주의 번역비교를 통하여 두 번역자의 번역전략을 관찰할 수 있다. 현준만은 의미 대 의미 번역을 통해서 출발어인 영어의 낯선 표현을 옮기면서 도착어인 한국어의 언어적 형식과 표현에 맞추어 번역하였다. 이는 언어적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출발어텍스트의 서술에서 한국문화와 한국적 정체성을 언급할 때, 이를 한국인의 시각에서 해석하여 한국독자들이 익숙하게 느끼도록 출발어텍스트를 변형하고 삭제하는 등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나타난다. 이에 반해, 정영목은 출발어텍스트를 단어 대 단어로 번역함으로써 언어적 측면에서 한국어에 어색하고 낯설게 번역하였다. 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헨리의 서술에서 나타나는 변형된 한국문화와 실제 순수한 한국문화의 차이점이 드러나는 번역을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헨리의 정체성을 미국적 동화에 가까운 인물로 구성하고 있다. 정영목의 번역전략은 한국적 정체성과 한국문화를 다루고 있는 작품을 번역하면서도 출발어텍스트의 서술에 거리를 두고 개입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출발어텍스트에서는 낯설지 않은 요소조차 도착어텍스트에서 낯설게 번역하면서 의도적으로 한국어와 한국독자에게 낯선 번역을 구성하고 있다.
서술이론에 근거하면, 두 번역본에서 나타나는 서로 다른 번역자의 서술은 두 번역자의 서술을 지배하는 문화적인 요소가 다름에 기인한다. 현준만은 한국문학에서 일반적으로 재미교포 작가의 작품을 보고 수용하는 관점에 따라 헨리를 재미교포로 규정하고 한국적 정체성을 찾으려 하였다. 또한 그는 1995년 이전에 출판된 1세대 한국계 미국문학의 번역본에서 드러나는 주인공들의 특징처럼 헨리를 고국을 그리워하는 집단적 정체성을 지닌 인물의 연장선에서 바라보았다. 현준만이 역자 후기에서 헨리를 “재미교포”인 “박병호”로 언급한 사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정영목은 국내 영문학에서의 연구 결과인 ‘한국계 미국인’, ‘한국계 미국문학’의 개념에서 영향을 받아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헨리의 서술을 구성하였다. 이는 정영목의 옮긴이의 말에서 헨리를 “경계선의 인물”로 언급한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논문은 서술이론의 관점을 통해 Native Speaker의 두 한글 번역본을 비교연구해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부적절한 번역의 예를 지적하고 번역자의 언어능력이 부족함을 질타하는 것으로 끝나는 기존의 번역비평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기 위한 시도이다.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 형성을 주제로 한국문화를 다루고 있는 Native Speaker가 한국어로 번역될 때, 출발어텍스트에서 드러나는 한국적 특성을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를 번역에서 구성하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일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번역텍스트가 생산된다면, 이는 단지 번역자의 언어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번역자의 서술이 드러나는 관점의 문제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번역연구가 언어적 측면을 넘어서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역사적 요소들을 다루는 깊이 있는 연구로 발전할 때, 번역학 연구는 다양해지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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