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사회는 아주 분명한 대조를 이루는 상반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편에서는 물질적 풍요로움과 편리한 생활을 위해 기계론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집약적인 기술 개발과 경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아주 분명한 대조를 이루는 상반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편에서는 물질적 풍요로움과 편리한 생활을 위해 기계론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집약적인 기술 개발과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전일론적 사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생태적인 자연환경을 회복하기 위한 생기(生氣)론적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의 기술 문명은 인간에게 윤택한 생활환경과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가져왔지만, 그에 따른 대가는 수많은 문제를 안게 하였다. 근대 기술문명의 바탕이 된 기계론적 세계관은 자연을 기계적 조직으로 보고, 모든 물질은 인간을 위한 도구와 재료이며 대체 가능한 사물로서 인식하였다.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요소 환원주의(Reductionism)와 미분적인 분석 과정은 인간과 자연의 유기적인 관계성과 통합적인 사고를 분절시키고, 관계의 그물로 엮여 있는 생명 시스템의 파괴로 이어졌다. 근대 기술문명의 무차별적인 자원의 남용과 오염물질의 배출로 생명의 원천인 물과 대기권은 오염되어 모든 생명체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산업화에 따른 인구의 과밀(過密)은 모든 생명이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자연환경을 심각하게 파괴시키고 있다. 인간의 무절제한 이기심은 자연의 생명시스템과 인간의 실존성마저 위협하고 있으며, 생기론적 장소의 상실을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전일론적(wholism) 사고와 생명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생기론적인 장소에 대한 가치관의 재정립은 필수적이다. 생기론은 개체 중심적 사고를 넘어서 보다 근원적이고 역동적인 생명 현상 자체에 관심을 갖는 이론으로써, 근대의 요소 환원주의와 기계론적 사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으로서 제시되고 있다. 이에 생기론적 장소성의 의미와 장소의 실존적 개념을 살펴보고, 풍토적인 디자인으로서의 버내큘러 디자인과의 상관성을 분석함으로써 장소성 회복의 방향성을 제시함은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본 연구는 생기론적 장소성과 버내큘러 디자인의 상관성을 연구함으로써 이와 관련된 개념들을 재규정하고, 보다 근원적인 장소성 회복의 방향성을 고찰하는 것이다. 이에 인간의 실존적 가치를 인식할 수 있는 장소의 본질성을 살펴보고, 자연에 내재되어 있는 생명시스템과 장소가 생기(生氣)하는 원리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그리고 자연에 순응하고 적응하는 풍토적인 디자인으로서의 버내큘러의 개념과 특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생기론적 장소성과 버내큘러 디자인의 상관성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버내큘러 디자인의 미래가치를 살펴보고 생기 있는 장소성 회복을 위한 공간디자인 방향성을 규명해 보고자 하였다. 연구의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이 구성하여 전개하였다. 첫째 장소와 장소성의 의미를 문헌을 통해 고찰하여 장소의 실존적 가치와 특성을 살펴보고, 기계론적 세계관과 기술문명의 발달에 따른 장소의 상실화 과정을 현상학적으로 분석하였다. 둘째, 장소의 생기(生氣)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생명시스템과 생기론의 대표적인 사상가인 노자와 장자, 라이프니치, 베르그송, 들뢰즈의 사유에서 나타나는 생기(生氣)의 의미 체계를 살펴보고, 하이데거와 노베르그 슐츠, 애드워드 랠프의 실존적 장소 개념과 연계하여 분석함으로써 생기론적 장소성의 특성들을 도출하였다. 셋째, 버내큘러의 어원적인 해석과 그에 내포되어 있는 정의와 개념들을 살펴보고, 인간의 풍토적인 거주 장소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버내큘러 디자인을 생기론적 특성으로 개념을 확장시켜보았다. 넷째, 버내큘러 디자인과 생기론적 장소성의 상관성을 의미론적으로 분석하고, 이론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검증하였다. 또한 버내큘러 디자인의 현재적 가치와 의미를 규정하고, 생기론적 장소성 회복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생기론과 생명시스템에서 나타나는 장소의 생기적 특성과 버내큘러 디자인의 상관성을 요약하고, 본 연구를 통한 장소 회복의 가능성을 전망하고 평가해보았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장소는 구체적인 사물들의 위치 관계와 사건의 영역으로 구성된 총체성을 의미한다. 장소는 사이 존재로서 사건이 발생하는 영역이며, 기(氣)의 작용이 이루어지는 영역이다. 이러한 장소의 특성은 모든 사물들의 접속을 허용하고, 이질적인 요소들을 포용하며, 다양한 관계항(關係項)을 이룬다. 그 관계항은 다양한 사건과 관계의 변이, 그리고 의미의 탈주 과정을 통해 새로운 관계들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한다. 즉 장소는 모든 사이 항이 엮여 있는 관계의 그물망이며, 그 관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영역이다. 장소는 인간, 물질, 공간 등이 분절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 합일(合一) 되는 영역으로, 이는 상대적인 관계의 수용체이며 관계적 실체를 만들어내는 존재이다. 이러한 장소는 인간의 지각과 경험으로 장소의 기억이 변화하고 축적되는 것이다. 장소는 자연인간사물의 상관관계 속에서 생기(生氣) 하며, 의미 체계의 변이 과정을 통해 장소가 살아있음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근대의 기계론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기술 ․ 문명의 급속한 발전은 근대화 사회, 산업화 사회, 정보화 사회로 이어지면서 장소의 표준화와 획일화 현상을 야기했다. 또한 장소가 기계에 의해 통제되고 프로그램화된 시스템으로 변화되면서, 인간의 자율적인 활동적 영역으로서의 장소는 사라지고 나아가 관계의 상실까지 불러일으키는 비-장소가 증가하면서 장소의 생기는 상실하고 있다. 생(生)의 시스템은 자연의 대사 작용과 자기 조직화과정, 개체들의 공생적 관계와 상보적 관계성으로 동적 평형(dynamic equilibrium)을 유지하는 것이다. 자연은 생기(生氣)의 장(場)이며 모든 질료들이 생성되는 시원(始原)의 장소이다. 자연은 생기론적 장소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생기론적 장소인 자연은 무한한 창조의 깃듦이 있는 장소이다. 자연은 창조로서 거대한 관계 구조와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자연은 생명체들에게 끊임없는 자원을 공급하고, 그곳에서 모든 생물들은 탄생하고 성숙하며 소멸하여 자연으로 귀착한다. 풍토(風土)는 자연의 총체를 말하며, 이는 인간, 식물, 동물 할 것 없이 자연에 귀속되어 거주해야 함을 내포하고 있다. 자연의 풍토성에 바탕을 둔 버내큘러 디자인은 생기론적 장소성과 깊은 상관성을 지닌다. 버내큘러 디자인은 풍토적이고 지역성이 짙은 문화의 형성 과정을 말한다. 이는 한 개인의 전유물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집단과 지역의 산물이며 자연스럽게 발생한 고유한 형태의 디자인 유형이라 할 수 있다. 버내큘러 디자인은 인간이 풍토적 환경에서 삶의 거주 장소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자연과 상호적 관계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디자인 행위이다. 즉 버내큘러 디자인은 생물학적 특성과 사회적 연속으로서의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버내큘러 디자인의 장소 짓기는 자연환경과 인공 환경 사이에서 유동적인 균형을 이루게 함으로써, 생명력 있는 장소를 형성한다. 이러한 버내큘러 디자인은 환경 적응의 능동적 거주의 방식의 디자인, 토속적인 재료의 사용과 생태적 효과성의 디자인, 진화적 완결성의 디자인, 호혜적 평등관계의 공동체 형성의 디자인 특성을 지닌다. 버네큘러 디자인은 자연의 법칙성에 순응하는 디자인 특성으로서 생기론적 장소성과 깊은 상관성을 가짐을 알 수 있었다. 본 연구자는 장소성의 의미를 인간의 실존적 가치로서 살펴보고, 생명 시스템과 생기론적 사유를 이론적 고찰을 통해 장소의 생기 현상과 특성을 도출하였다. 본 논문에서 제시하는 생기론적 장소성의 개념과 버내큘러 디자인에 관한 상관성 해석은 기술문명에 내포되어 있는 위험성을 극복하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을 회복하는 버내큘러 디자인의 미래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현대사회에서 상실된 장소성을 회복하기 위한 시도로 실존주의와 생기론적 사유를 연계한 장소의 생기 현상과 버내큘러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가진다. 하지만 단편적인 이론적 접근과 사례를 통한 검증은 생기론적 장소성과 버내큘러 디자인에 관련된 복합적인 상관관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향후 장소성의 회복을 위한 버내큘러 디자인의 다양한 연구와 현대 사회에 실재적으로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버내큘러 개념의 공간디자인이 뒤따라야 하겠다. 본 연구는 생기론적 장소성과 버내큘러 디자인에 관련된 후속 연구에 초석이 되어, 나아가 버내큘러 디자인의 미래가치와 생기론적 장소성 회복의 실마리로 활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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