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현대문학사에서 다자이 오사무(1909-1948)는 기념비적인 작가이다. 중편소설인『인간 실격』의 원고는 다자이 생애의 마지막 해인 1948년에 탈고된다.『인간 실격』은 오늘날 일본의 젊은... 일본현대문학사에서 다자이 오사무(1909-1948)는 기념비적인 작가이다. 중편소설인『인간 실격』의 원고는 다자이 생애의 마지막 해인 1948년에 탈고된다.『인간 실격』은 오늘날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널리 읽히고 있는 청춘의 문학이다. 주인공 오바 요조가 인간관계 속에서 경험하는 ‘세상’에 대한 고뇌는 현대인의 삶과도 본질적으로 무관하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인간 실격』은 독자에게 시대를 가로질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인간 실격』은 요조의 인생에 대한 고뇌를 다루는 작품으로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 소외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요조를 통해 ‘타자’로서의 인간과 ‘세상’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에게 ‘세상’이란 이해 불가능한 ‘타자’이기 때문에 ‘세상’은 대립각을 세우는 대상이다. 그렇지만 두렵게 하는 ‘세상’에 직면한 요조는 ‘타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전전긍긍한다. 그러나 ‘세상’ 속에서 자신의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시도를 하지만, 요조는 결국 인간의 자격을 상실한 ‘인간실격자’가 된다. 이처럼 타인과의 사귐에 대해 고민하고 번뇌하는 요조가 말하는 ‘세상’은 이데올로기로서의 ‘세상’이 아니라 인간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개인이 경험하는 일상에서 나타나는 ‘세상’이다.『인간 실격』에서 논의되는 ‘세상’은 인간관계 안에서 형성되는 ‘세상’이다. 요조를 둘러싼 타인들과의 관계와 관련하여, 요조 자신이 경험한 ‘세상’의 본질을 규명하는 것은 중요하다. 한편, ‘세상’에 직면하여 두려움과 불안과 공포감을 느끼는 요조의 삶을 이해하는 데 유효한 것이 도이 다케오가 규명하고 체계화한 ‘아마에(甘え)’ 이론이다. 요조에게 있어서 인간관계의 두려움과 ‘세상’에 대한 소외감은 ‘응석’ 부릴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된 결과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다자이의 내면적이고 정신적인 자서전이라 할 수 있는『인간 실격』에 나타난 주인공 요조의 눈에 비친 ‘세상’에 대한 인식을 도이의 ‘응석’ 심리의 이론을 보조선으로 독해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삼는다. 본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제2장에서는 도이의 ‘응석’ 심리의 이론을 우선 다루었다. 도이의 ‘응석’ 이론을 바탕으로 제3장에서는 유소년 시절 요조에게 있어서 ‘응석’ 경험의 부재를 형성하게 된 요인으로서 가정환경, 부모 및 타인과의 관계, 인간에 대한 불신을 분석했다. 제4장에서는 청년 요조가 경험한 ‘응석’ 부릴 수 없는 ‘세상’과 ‘응석’이 허용되는 ‘세상’을 살펴보았다. 나아가 ‘응석’ 부리는 대상과 부릴 수 없는 대상의 인간 유형의 특징을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제5장에서는 ‘응석’을 경험함과 동시에 ‘응석’ 상실로 이어지는 인간관계에 대해 살펴보았다. 특히 국외 연구자들 중에, 일본인의 ‘응석’ 심리와『인간 실격』의 ‘세상’ 개념을 관련시킨 선행 연구자가 있다. 손재희는 일본인의 ‘응석’ 심리와 수치 문화를 접목시키면서 요조의 ‘인간 실격’의 요인과 과정을 고찰했다. 손재희는 요조가 ‘세상’의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자신을 부정하며 ‘세상’ 속에 자신을 실격시킴으로서, ‘세상’으로부터 이탈한다고 보고 있다. 손재희는 요시코를 제외한 요조와 관계를 가진 모든 여성, 즉 연상의 연인들(시즈코, 쓰네코, 매춘부들, 마담)과 고향 가족들에게 요조는 ‘응석’을 부린다고 결론짓는다. 하지만, 논자의 연구는 선행연구와는 다르게 다음과 같은 차이를 도출한다. 본 연구에서는 요조의 인간관계 속에서 형성된 ‘응석’에 관하여 세 부류로 구분한다. 첫째, 요조가 ‘응석’ 부릴 수 없는 세상(가족, 시즈코, 히라메)이고, 둘째, 요조가 ‘응석’ 부릴 수 있는 세상(쓰네코, 매춘부들, 마담)이고, 마지막으로 요조가 ‘응석’을 부릴 수 있다가 상실되는 세상(시게코, 요시코, 호리키)이다. 결론적으로 요조의 인간관계와 관련하여, 본 연구에서는 도이의 ‘응석’ 이론을 원용하여, ‘응석’ 부릴 수 없는 ‘세상’, ‘응석’이 허용되는 ‘세상’, 그리고 이중적 ‘세상’, 즉 ‘응석’이 허용되는 ‘세상’과 ‘응석’이 상실되는 ‘세상’ 속에서의 인간관계를 분석했다. 나아가 본 연구는 다자이의『인간 실격』이 시사하는 진정한 인간의 삶에 대해 고찰하기 위해서 요조가 파악한 ‘세상’의 개념 인식을 종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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