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과학 교육 내용에 문화적 평등성과 다양성을 제공하고 한국 전통 과학 지식(traditional science knowledge: TSK)의 교육적 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문화 유산 현장을 활용한 TSK 교... 본 연구는 과학 교육 내용에 문화적 평등성과 다양성을 제공하고 한국 전통 과학 지식(traditional science knowledge: TSK)의 교육적 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문화 유산 현장을 활용한 TSK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하며 그것의 적절한 교육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문화 유산 현장이 제공하는 TSK의 특성을 통해 학생들이 경험하는 학습 상황과 실천은 무엇인지, 그리고 학생들이 TSK에 대해 실제로 알게 된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문화 유산 현장인 창덕궁을 배경으로 '우리과학문화해설사 되어보기' 프로그램을 개발해 2014년과 2015년에 중학교 1~2학년 9명(2014년 7명, 2015년 6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적용했다. 창덕궁의 전통 과학을 해설하기 위해 학생들은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현장과 교실을 오가며 내용을 탐구했다. 학생들은 스스로 해설 대상을 정하고, 대본을 작성한 후 초등학교 4~6학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설을 진행했다. 문화 유산 현장은 TSK와 관련된 다양한 전통 가운데 환경과 상호작용을 통해 발달시킨 조상들의 토착 지식(indigenous knowledge: IK)을 드러낼 수 있는 장소다. 또한 문화 유산 현장은 과학과 그 배경을 복합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통합 교육 소재다. 본 연구에서는 상황 학습의 관점에 따라 학습을 공동체 참여 과정의 실천으로 해석하고, 이에 문화 유산 현장의 특성이 TSK 학습에 핵심 맥락을 제공한다고 보았다. 본 프로그램에서 설정한 연구 문제는 첫째, 문화 유산 현장의 TSK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경험하는 상황과 실천은 무엇이며, 둘째, 학생들이 활동 경험을 통해 실제로 구성한 TSK의 이해는 무엇인가 등이다. 본 연구에서 연구자는 프로그램의 멘토 교사로 모든 수업에 참여해 학생들의 활동을 관찰했고, 총 37회(1기 18회, 2기 19회)의 수업 영상과 해설 대본 그리고 심층 개별 면담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매 차시의 대본과 발표 자료, 에세이, 창덕궁 활동지, 학생 개인 포트폴리오, 해설 평가지, 프로그램 지원서와 사전‧사후 조사지, 해설 소감문 등의 자료가 함께 분석되었다. 2014년과 2015년의 활동을 개별적으로 1차 분석한 후 주요 장면을 통해 소주제를 도출하고, 이를 통합하여 분석한 후 주제를 도출했다. 연구 결과는 문화 유산 현장을 통한 TSK 학습 과정, 학습 결과로 드러난 TSK의 이해, 문화 유산 현장을 통한 과학 교육의 의미 순으로 제시했다. 먼저 문화 유산 현장을 통한 TSK 학습 과정은 현장에 적용된 TSK의 이해와 문화 유산 현장의 사회․문화적 상황과의 연결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현장에 적용된 TSK를 이해하는 과정은 학생들이 현장을 즉흥적이고 감각적으로 체험하는 것으로부터 계획적이고 논리적인 체험의 장으로 다루며 깊이 있는 TSK 지식을 습득해 가는 것으로 발전하는 과정이다. 학생들은 문화적 공감대를 통해 현장을 경험적, 직관적으로 이해했고, 현장의 TSK 대상에 대해 정서적 공감과 감각적 이해를 경험했다. 학생들은 점차 현장과 지역 자연 환경을 연결시켜 TSK를 이해하고, 학교 과학인 서양 근대 과학(western modern science: WMS)을 활용해 현장의 TSK를 해석하고 표현했다. 학생들은 더욱 완전한 참여로 다가가며 현장을 통해 자신의 과학 개념 지식을 수정하고, 실험을 통해 TSK에 대한 신뢰를 형성했다. 마지막에 학생들은 문화 유산의 현장성을 반영해 전통 과학을 해설했다. 문화 유산 현장의 사회․문화적 상황과 연결하는 과정은 대상의 과학 정보 자체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해 그것과 관련된 사회․문화적 상황을 더해가며 TSK에 대한 이해의 틀을 확장하는 과정이다. 또한 학생들은 이러한 TSK가 문화를 공유하는 타인(일반 관람객, 전문 해설사 등)과 공유되는 것을 경험했다. 학생들은 전통 자연관(세계관)을 통해 TSK를 이해하고 자연에 대한 인간의 관점이 상대적인 것임을 인식했다. 이후 그들은 다른 자연 환경, 역사‧문화적 상황, 자연관을 가진 세계의 문화 유산과 창덕궁을 비교하며 TSK를 포함한 과학 지식이 문화마다 다르게 표현되고 활용될 수 있음을 이해했다. 학생들은 이런 TSK의 문화적 이해를 그들의 해설에 반영해 소통했다. 둘째, 학습 결과로 드러난 TSK의 이해는 TSK의 특성 이해와 전통 과학 학습의 의미에 대한 이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학생들은 과학 지식으로서 TSK의 특성에 대해 삶과 문화 속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 경험의 축적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는 것, 시대적 중요성을 반영한다는 것, 통합 지식의 가치가 있다는 것, 그리고 WMS와 공유되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 등을 이해했고 해설에 이런 TSK의 특성을 반영했다. 전통 과학 학습의 의미 측면에서 학생들은 TSK 학습을 통해 자국 문화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졌고, 다른 사람들에게 TSK를 전달하고 공유했으며, 학습에 TSK를 적용하고, 전통 과학의 미래 가치를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소통 과정에 이런 전통 과학 학습의 의미를 반영했다. 셋째, 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문화 유산 현장을 통한 과학 교육의 의미를 제시했다. 문화 유산 현장을 활용한 과학 교육은 WMS를 중심으로 한 '교실 내 과학 문화'로부터 학습자를 중심으로 한 '교실 밖 과학 문화'로의 이동을 의미하며, 학습 목표, 학습 내용, 학습 장소, 학습 과정, 소통 대상 등에서 기존 영역을 확장했다. 이상의 결과를 바탕으로 문화 유산 현장을 통한 TSK 교육에 대해 다음의 내용을 제안한다. 첫째, 학생들이 TSK를 통해 과학 문화의 시각을 형성하고 다문화 관점을 이해함으로써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둘째, 문화 유산 현장의 TSK가 가진 맥락적, 경험적, 정서적 요소를 TSK 교육 설계에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셋째, 문화 유산 현장은 과학 지식의 전체론적이고 순환적인 측면을 학습하는 공간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넷째, TSK를 가르치는데 있어 과학 활동 결과로서의 TSK 뿐 아니라 과학 활동 과정으로서 TSK의 특성이 포함되어야 한다. 다섯째, 학생들이 TSK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대상과 소통함으로써 과학 문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문화적 정체성, 소속감, 책임감을 함양하도록 도와야 한다. 본 연구를 통해 문화 유산을 통한 TSK 학습의 교육적 의미가 드러났으며, 이것을 시작으로 과학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TSK 교육 구조가 더욱 체계화되어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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