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문화예술은 정치와 경제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제반 여건들, 즉 우리의 삶과 관계해왔다. 이러한 논지의 대척점에는 흔히 ‘예술을 위한 예술 L'Art Pour L'Art’을 추구하는 예술지... 역사적으로 문화예술은 정치와 경제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제반 여건들, 즉 우리의 삶과 관계해왔다. 이러한 논지의 대척점에는 흔히 ‘예술을 위한 예술 L'Art Pour L'Art’을 추구하는 예술지상주의藝術至上主義가 위치하고 있다. 이는 예술과 삶의 상관관계보다는 예술 자체의 절대미를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리킨다. 19세기 프랑스의 시인겸 소설가인 테오필 고티에Théophile Gautier(1811~1872) 또한 그의 1835년 작품 『모팽양(Mademoiselle de Maupin)』 서문에서 “꽃과 같이 아름다운 것들은 무용無用하기는 하지만 그것들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결국 미적인 것(혹은 미감)과 관계된 문화예술의 영역과 예술작품은 그것이 실용적인 목적을 갖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문제를 떠나서 어떠한 입장에서건 우리의 삶에 필요하다. 그리고 연구자의 논의는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한다. 문화예술이 우리의 삶과 관계하고 있다는 입장은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문화예술 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들을 보다 실질적이고 바람직한 모습으로 보완 및 구축해야 한다’는 데에 있다. 문화예술의 저변 확대와 사회공헌을 위해 기업들이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메세나Mecenat’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한국메세나협회가 출범한 1994년 이후이다. 즉 한국의 메세나 활동의 역사는 20년이 조금 넘었으며, 1994년부터 2004년까지의 도입기와 2004년 이후 성장기를 거친 한국의 메세나는 최근 들어 보다 성숙한 발전기를 향해 도약하는 시점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초창기 한국의 메세나는 국내 실정에 국한되어 기업이 문화예술에 지원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공론화하고 기본 토대를 마련하는 데에 힘써왔다면, 발전기 혹은 도약기를 준비하는 현재 시점에서는 ‘21세기와 대한민국’이라는 시ㆍ공간적 특수성 및 합리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왜냐하면 다양한 관점과 장르에서 융합과 소통을 강조하는 시대적 요구, 그리고 디지털 모바일ㆍ뉴미디어의 등장에 의해 새로운 경제논리가 형성되는 등 우리 주변의 사회적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메세나는 아직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새로운 환경적 요구에 대한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대다수의 한국 기업들이 아직까지 ‘문화예술 지원 사업은 기업의 이윤창출과는 직접적인 영향요소가 적기 때문에 의무감에서의 소극적인 지출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기업들에게 일방적인 투자와 지원을 요구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기업의 일차적인 목적은 이윤추구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고속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한국사회의 특수한 상황에서 문화예술이 일상적인 삶과의 밀접한 관계성이 견고하지 않은 것도 또 다른 큰 이유이다. 따라서 발전기 혹은 도약기로 나아갈 한국의 메세나는 ‘국내실정’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기반으로 그에 적합한 형식으로의 검토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문화예술 지원 사업은 사회공헌의 실천방안이란 측면에서, 어떠한 형식으로든 ‘기업의 이윤창출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안정된 시스템을 뒷받침할 방안을 만드는 것’이란 관점에서 재고될 필요가 있다. 이 논문에서 연구자는 그러한 실질적인 사례를 일본의 기업 베네세Benesse가 나오시마直島 섬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아트사이트 나오시마’로부터 찾아본다. 베네세 그룹의 후쿠다케 소이치로福武總一郞 회장이 자신은 ‘공익자본주의’를 제창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연구자가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의의로 주목하는 것 역시 ‘오늘날 생활환경이나 경제활동의 범주와 양상이 반영된 메세나’라는 점이다. 앞서 예시한 메세나는 ‘자본주의’적인 경제논리를 떠나 있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공익’이라는 의미를 덧붙임으로써 보다 진일보된 새로운 개념의 자본주의로 확장해가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단순하게 보면 ‘공익’은 전통적인 입장에선 기업이 추구하는 ‘자본주의’ 개념과는 대립되는 듯 여겨진다. 왜냐하면 ‘이윤추구’와 ‘공익’은 동일 선상에 놓이기 힘들며, 이윤추구를 위해서는 기업이 공익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경우가 흔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네세 그룹의 논리는 ‘기업의 이윤을 공익적 차원에서 문화예술 지원으로 돌리는 것이 또 다른 이윤 창출로 돌아오는 선순환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케팅적 측면에서는 ‘문화를 통해 대외적인 이미지 마케팅의 효과적인 활용방안’으로 볼 수도 있다. 즉, 문화예술 지원을 토대로 하는 지역사회 공헌을 통해 기업 대외이미지를 향상시키고, 그것이 다시 기업의 이윤증대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점이다. 본문에서 연구자가 다양한 문헌조사를 진행한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의 메세나와 도시 재생을 위한 문화예술지원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음의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문화예술지원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절대적인 부족현상’이다. 이는 문화예술지원 과정에서 행정 인력의 개입이 확대되어 행정적 관점에서만 ‘요식주의 지원’에 그칠 수 있다. 그 결과 문화예술지원 사업들 사이에 차별성 보장이 어렵고, 프로그램 진행의 전문성 확보가 힘들게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둘째, 지원 사업의 ‘지속성 문제’이다. 정부나 기업에서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은 대개 집권 주기에 준해, 수 개월 혹은 수년 정도의 한시적인 ‘이벤트성 선심지원’에 그쳐 좋은 취지의 지원과 많은 프로그램들이 유명무실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예가 많다. 국내의 기업메세나와 정부의 문화예술지원 프로그램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이번 연구에 제시된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성공적인 모범 선행사례로 참고하면 효과적이겠다. 그 중에서도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오늘날 새로운 시대적 요구를 기업의 경제활동 범주에 적극적으로 수용해 큰 성공적 효과를 거둔 사례이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공익자본주의’는 문화예술 지원 사업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즉 문화예술 지원에 곧 이윤창출로 이어지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기업의 이윤과 공익의 선순환은 보다 성숙한 한국의 메세나 활동이 전개 될 수 있는 바람직한 계기를 제공하며, 또한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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