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왜 예술가가 시각적 형태가 아닌 사회/정치적 의미를 내포한 글과 말로 예술적 생각과 행위를 발산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것의 발화 효과는 무엇인지에 관해 논한다. 이를 위해 본... 이 논문은 왜 예술가가 시각적 형태가 아닌 사회/정치적 의미를 내포한 글과 말로 예술적 생각과 행위를 발산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것의 발화 효과는 무엇인지에 관해 논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자는 근대의 사회/정치적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서의 집합적 정체성과 이상을 공적으로 표명하며 수행하는 가장 강력한 발화인 ‘선언’에 주목한다. 20세기 전후 한국 예술가들 중 1920년대 김복진은 정치적 사회의식을 추구하는 예술운동의 원리를 선언한다. 독립/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1950년대 예술가의 선언은 봉건적 관념을 타파하고 당대/현대의 새로운 조형을 추구하는 모더니스트에 의해 행해진다. 이어서 1960년대 민주화의 영향 속에 예술가들의 선언은 관료적인 예술행정 개선과 문화제도의 민주화 요구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1970년대와 80년대 극렬했던 사회적 발언의 시기를 지나 90년대까지도, 실험과 현실로 대표되는 한국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선언이 있었다. 이처럼 선언은 조형과 다른 측면에서 예술가로서의 세계관을 구체화하고 그 효과를 발휘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를 본격적으로 다룬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본 연구자는 이처럼 선언을 통해 발현되는 한국어권 예술가들의 발화의 사회/정치성을 다시 살려내고자 선언의 관점을 전면에 내세운다. 같은 언어권에서의 예술가 선언 중심의 선행연구가 부재하다는 논리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본 논문은 19세기 전후 모더니티와 혁명의 시기, 유럽 중심의 아방가르드 예술사에서 발견되는 예술가 선언, 즉 artist manifesto를 학문적 참조점으로 삼는다. manifesto는 권력자들의 군사적 통치 수단, 법적 수사학, 신의 계시나 학문적 권위를 가진 주장, 그리고 간혹 시급히 운송해야 할 수화물의 상세한 목록을 의미했다. 이러한 전통적 쓰임을 바탕으로, manifesto는 정치적인 힘을 발휘하는 공공적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 내용은 현재보다는 미래에 일어날 일에 가깝고, 이러한 메시지의 발화자와 그를 수행하는 역할로서의 수신자의 관계를 전제한다. 이와 같은 정치적 발화 형태인 manifesto 예술적 선취는 이러한 기존의 manifesto의 성격을 바탕으로 하며, 동시에 프랑스 혁명과 공산주의 혁명의 선언을 통해 변혁된 의미와 역할에 기인한다. 이 선언들은 억압받으며 권력을 획득하지 못한 ‘유령’과도 같은 존재를, 그러한 근대적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권력관계를 전복할 혁명으로서의 이념을 공동으로 수행할 ‘우리’(we)로서 호명한다. 이 호명을 통해 이전의 manifesto에서 발화 주체의 권위에 의해 메시지에 복종해야 했던 수신자가 주체의 자리를 획득하는 수행성(performativity)을 발현한다. 이 ‘우리’들을 불러내기 위해 예술가들은 실제 법적, 권력적 효력이 증명되지 않은 자신의 manifesto에 서명하거나 낭독하는 행위를 벌인다. 이러한 무효의 행위에서 비롯되는 연극성(theatricality)은 정치적 선언이나 언어 행위 일반에서의 수행성과 대치되는, 수행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거해야 할 개념이다. 그러나 이들 예술가에게 연극성은 발화를 실제적이고 사회적인 국면으로 바꿔놓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예술가들은 그들의 집합적 운동성을 정초하는 텍스트로서의 manifesto를 “언제나 새로운, 최초의” 것이라 주장한다. 과거로부터 발생한 현재의 모순을 극복하고 새로운 이념적 실천을 꿈꾸는 manifesto 속 주체의 모습은 이후 예술가들의 발화에서도 공통으로 발견되며, 이로써 manifesto는 역사적 시간관은 변혁적 새로움을 추구하는 아방가르드 예술의 경합을 이끄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덧붙여, 예술가들의 선언은 언론 매체를 통해 알려지거나, 사회/정치적 소명의 언로로 활용된바, 매체성을 예술가 선언의 쟁점에 덧붙이고자 한다. 본 논문은 이와 같은 네 가지 쟁점, ‘수행적 발화, 수행성과 연극성의 교차, 역사적 주체로서의 인식, 선언의 매체성’을 중심으로 실험예술과 현실주의 예술의 선언을 분석한다. 구체적으로는, 1970년대 2달 남짓 활동하고 단명한 실험예술가들인 ‘제4집단’의 선언, 그리고 1960년대 ‘현실 동인’으로부터 시작해 1980년대 ‘현실과 발언’으로, 또 1990년대에 여러 예술가 소집단으로 분화된 바 있는 이른바 현실주의 혹은 민중미술 계열의 예술가 선언을 다룬다. 이 선언들은 각기 다른 비평적 견지에서 한국적 아방가르드 예술로 인준되는 각각의 흐름 속에서 발화되었고, 선언에서 호명된 주어 ‘우리’는 집합적인 수행 주체로서의 집단 혹은 동인을 지칭한다. 그리고 이들은 선언을 낭독하는 무대를 해프닝 등의 행위예술로 승화하거나, 전시의 서문 격에 선언문을 배치함으로써 작품 활동 자체를 선언을 수행하는 예술적 실천으로, 전시를 그 무대로서 간주했다. 또한, 역사적 인식의 관점에서 보면, 해프닝이라는 행위를 통해 반이성적, 허무주의적 성격을 드러낸 ‘제4집단’이 현실로부터 완전히 탈주하는 미래적 실험이었다면, 과거의 억압과 모순을 극복하고 예술적, 역사적 주체성을 다시 세우고자 하는 ‘현실 동인’과 ‘현실과 발언’은 미래를 현실에 가까이 당겨놓으려는 구축에 가깝다. 한편, 이 둘의 실험과 현실이라는 각기 다른 지향성은 문화의 소비와 정치적 투쟁이라는 서로 다른 수용장의 효과를 발생시켰다. 그러나 이 둘은 모두 조형 이전에 선언이라는 언어를 선취해 주체적, 미학적, 미래적, 매체적 수행성이라는 쟁점을 사회-예술-언어의 관계항 속에서 펼쳤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의를 지닌다. ,韩语论文,韩语论文题目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