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한자어 부류사의 통시적 대조 연구
한국어의 분류사는 중국어로는 양사라고 칭한다. 분류사는 다양한 언어에서 각기 다른 명칭으로 불리고 있으며, 전 세계 6000여개의 언어들 가운데 상당히 많은 언어들에서 분류사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어 어휘를 한자어와 고유어, 외래어로 구분하듯 분류사 역시 한자어 분류사, 고유어 분류사, 외래어 분류사로 구분할 수 있다. 한자어 분류사는 모두 중국에서 차용되어 왔지만, 한국으로 건너와 각기 다른 시대를 거치고 문화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그 사용범주들에 변화를 겪어왔다. 본 논문은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하여 한중 양국의 역사문헌에서 찾을 수 있는 각 시대별 분류사의 용례를 비교하고, 한중 분류사의 시기별 용법과 그 사용범주를 분석하여 한국어 분류사의 발전양상과 변화 및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본 논문은 아홉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장 서론은 연구목적과 한중 분류사의 선행연구를 분석하고 연구자료와 방법을 소개하였으며, 2장은 한중분류사의 체계에 대한 설명, 주로 한중 분류사의 개념과 명칭에 대한 논의를 다루었다. 본 논문은 양국의 학자들의 기존에 사용했던 하위 분류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참고명사의 분류를 따라 한국어 분류사를 우선 실체성 분류사와 사건성 분류사로 구분하였다. 실체성 분류사는 또 인간성 분류사와 동물성 분류사, 식물성 분류사 및 개체성 분류사로 세분화하여 구분하였는데, 개체성 분류사는 실질적 생명이 없는 사물개체를 의미한다. 사건성 분류사는 중국어에서 동량사라고 칭하는 양사이다. 한국어의 동사는 중국어와 달라 이를 동작동사와 상태동사로 구분하고 있는데, 동작동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동작을 구체적으로 표시하는 동사로 '먹다[吃], 마시다[喝], 보다[看]’ 등을 예로 들 수 있고, 상태동사는 즉 중국어의 형용사로 예를 들면 '아름답다[漂亮], 깊다[深], 높다[高]' 등의 예를 들 수 있다. 본 논문은 또한 한국어 동사의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번(番), 차(次), 회(回)' 등의 사건성 분류사를 동작동사 분류사로, '장(丈), 척(尺), 초(秒)' 를 상태동사 분류사로 구분하였으며, 후자는 즉 도량양사와 같은 것으로 간주하여 본 논문의 연구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본 논문이 통시적 연구인 관계로 본격적인 연구에 앞서 한국어와 중국어의 발전사에 대한 시대구분이 필요했다. 한국어의 시대구분은 이기문의 『국어사개론』에 나오는 9세기 이전을 고대한국어로, 10~13세기를 중세전기 한국어로, 14~16세기를 중세후기 한국어로, 17~19세기를 근대한국어, 20세기 이후를 현대한국어로 나누는 구분을 따르도록 하였다. 중국어 분류사의 시대구분은 劉世儒의 『魏晉南北朝量詞』를 따르도록 하겠다. 류세유에 의하면 중국어 분류사는 아주 이른 선진 시기부터 나타났으나 위진남북조 시기에 이르러서야 분류사가 다양한 용법과 분업이 실시되었다고 한다.
3장부터 7장까지 분류사의 하위분류 중 인간성 분류사, 동물성 분류사, 식물성 분류사, 개체성 분류사 및 사건성 분류사 중 동작을 표시하는 동작동사 분류사에 대해 구체적인 비교연구를 하였다. 실체성 분류사의 인간성 분류사는 주로 '구(口), 인(人), 명(名), 개(個)/개(箇), 개(介), 위(位), 원(員)'을 중심으로 다루었고, 동물성 분류사는 '두(頭), 필(匹), 수(首), 미(尾)'를 중심으로 다루었다. 식물성 분류사는 '경(莖), 근(根), 본(本), 주(株), 타(朵)'를 중심으로 다루었다. 수량이 가장 많은 개체성 분류사는 사용빈도가 가장 높은 '건(件), 매(枚), 장(張), 부(副), 부(部)'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사건성 분류사의 동작동사 분류사 역시 사용빈도가 가장 높은 '번(番), 차(次), 회(回)'를 연구대상으로 다루었다.
3장부터 7장까지의 비교분석에 근거하여 8장에서는 한국어 한자어 분류사의 발전과정에 대해서 설명하고, 한국어 분류사의 발달양상과 그 특징을 살펴보았다.
한국어 한자어 분류사는 초기에 중국어에서 차용되어 왔고 일부의 한자어 분류사 용법은 중국어와 동일하나 일부의 한자어 분류사의 용법은 중국어와 큰 차이를 보였고, 심지어는 차용된 한국어 한자어 분류사가 역으로 중국어에 영향을 주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는 중세후기 훈민정음의 창제와 한국어 고유어 분류사의 출현과도 큰 연관을 가진다. 본 논문이 모든 한국어 한자어 분류사를 다루지 못하였지만, 추후 다른 한자어 분류사들 특히 개체성 분류사의 구체적인 하위분류 및 각 분류내용 별로 더욱 심도있는 연구를 이어가고 자 한다.
주제어: 한국어, 중국어, 분류사, 역사연구, 인간성 분류사, 동물성 분류사, 식물성 분류사, 개체성 분류사, 사건성 분류사, 발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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