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후기 중세 한국어부터 현대 한국어 사이의 시기를 대상으로 하여, 용언의 활용 양상이 변하는 과정을 살피고 변화를 야기한 동인과 기제를 파악하며, 이것이 결과한 활용 체계의 통...
본고는 후기 중세 한국어부터 현대 한국어 사이의 시기를 대상으로 하여, 용언의 활용 양상이 변하는 과정을 살피고 변화를 야기한 동인과 기제를 파악하며, 이것이 결과한 활용 체계의 통시적인 변화를 정리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본고는 ‘공시적’이며 ‘기본형’이 중시된 그동안의 연구 시각과는 달리, ‘통시적인 변화’를 ‘활용형’ 단위로 관찰하였다. 용언의 형태 변화를 활용형 단위로 관찰함으로써 변화의 과정과 동인을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우선 본고에서는 15C 문헌에 출현하는 용언 전체를 대상으로 하여, 현대국어에 이르는 동안 발생한 활용 양상의 변화를 개관하였다. 이를 통해 활용 체계를 구성하는 하위 부류의 목록과 세력, 성격 변화를 정리하였으며, 이를 기준으로 하여 한국어사의 시대를 총 네 시기(Ⅰ: 15C, Ⅱ: ~18C 중엽, Ⅲ: ~19C 말, Ⅳ: ~현재)로 구분하였다. 또한 용언의 활용 양상에 변화를 가져오는 기제를 정리하고 변화 기제별 영향력의 차이를 확인하였다.
다음으로 변칙 활용이 새롭게 형성되거나 소멸하는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보았다. 15C 이후의 문헌 자료에서 형성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변칙 활용으로는, ㅂ 변칙1, ㄷ 변칙2, 우 변칙, 엏 변칙, 어 변칙, 르 변칙2, ㅂ 변칙2 활용이 있다. 새로운 변칙 활용은 한 용언의 패러다임에 속한 활용형들이 독자적으로 변화하면서 생겨나므로, 이들의 변화를 활용형 단위로 관찰하는 것은 변화의 과정과 동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동안의 연구에서는 음운론적인 변화가 언어에 불규칙을 가져온다고 보아 그에 가장 잘 부합하는 ㅂ 변칙1, ㄷ 변칙2, 우 변칙 활용의 형성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이들은 패러다임 내 일부 활용형만 음운론적인 변화를 겪음으로써 형성되었다. 이들과 유사하게 ㅂ 변칙2 활용(뵈옵다!)도 모음・매개모음 어미 결합형에 발생한 음운론적인 변화가 자음 어미 결합형의 형태 변화를 이끌어 내면서 형성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이들과 달리 엏 변칙과 어 변칙 활용은 ‘하다’가 포함된 합성어들이 인지적 융합에 이어 형태적으로 융합되면서 형성되었다. 이들의 형태적 융합은 부사형, 관형사형 어미 결합형에서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활용형의 통사적인 기능에 따라 형태 변화의 속도가 다를 수 있으며, 하나의 패러다임 안에서 변화를 주도한 활용형과 이를 뒤따르는 활용형이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르 변칙2 활용과 ㅂ 변칙2 활용(뵙다!, 받자옵다! 등)이 형성되는 과정은, 패러다임 합류나 혼효와 같은 비음운론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새로운 변칙 활용이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양한 변칙 활용이 형성되어 온 것과는 달리 15C 이후에 소멸한 변칙 활용은 소위 특수 어간 교체라 불리는 므 변칙, 변칙, 르 변칙1(ㄹㅇ) 활용뿐이었다. 이 중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패러다임이 평준화되면서 소멸한 것은 므 변칙 활용뿐이었다. 아울러 현대국어에서 ㄷ 변칙1 활용과 르 변칙1(ㄹㄹ) 활용이 소멸의 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변칙 활용이 다른 활용 부류에 속한 단어를 끌어들이거나 변칙 활용에 속한 단어가 다른 활용 부류로 변화하는 과정을 활용형 단위로 면밀하게 살펴보았다. 이 중 전자는 ‘유추적 확장’에 의한 것이다. 변칙 활용에 속한 구성원이 의미적이거나 형태적인 응집성을 지니고 그 특성이 다른 활용 부류에 대해 대표성을 띨 때, 동일한 특성을 지닌 저빈도 단어를 끌어올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후자는 ‘패러다임 평준화’로, 패러다임 내 일부 활용형이 중심이 되어 다른 활용형을 만들어 내거나 혼효 혹은 감염에 의해 활용형들이 음운론적으로 더 유사해지면서 변화가 발생하였다. 자음・매개모음 어미 결합형, 모음 어미 결합형, 모음・매개모음 어미 결합형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평준화된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으나 자음 어미 결합형을 중심으로 평준화된 사례는 없었다. 양 방향의 변화가 확인되는 경우, 빈번하게 사용되는 활용형을 중심으로 하여 패러다임이 재편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외에 재분석이나 방언 차용에 의한 변화 사례도 확인하였다.
이와 같이 본고는 15C 전체 용언을 대상으로 활용 양상의 변화를 개관하였으며, 변칙 활용 용언의 경우 형태 변화를 활용형 단위로 면밀하게 관찰하였다. 이를 통해 본고의 세 가지 연구 목적인 용언의 형태 변화 ‘과정’과 ‘동인 및 기제’, ‘결과로서의 활용 체계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었다. 용언의 형태는 음운론적인 동인에 의해 변화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으나 재분석, 혼효와 감염, 유추적 확장, 패러다임 합류, 동음이의어 회피, 방언 차용 등을 통해 변화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비음운론적인 동인에 의한 형태 변화는 언어 사용에 의해 변화 여부와 방향이 결정됨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언어 내적으로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강한 동인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또한 용언의 형태 변화는 언어생활에서 사용되는 활용형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지며, 일부 활용형의 변화가 다른 활용형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함을 확인하였다. 이는 더 나아가 공시적으로 파생어나 합성어뿐 아니라 고빈도 규칙적인 활용형도 다수 등재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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