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한국어 이동동사인 ‘가다’와 ‘오다’의 쓰임을 분석하고 화용적인 특성을 명시적으로 제시하는 데 있다. 이는 중·고급 단계의 한국어 학습자가 ‘가다’와 ‘오다’...
본 연구의 목적은 한국어 이동동사인 ‘가다’와 ‘오다’의 쓰임을 분석하고 화용적인 특성을 명시적으로 제시하는 데 있다. 이는 중·고급 단계의 한국어 학습자가 ‘가다’와 ‘오다’를 발화 맥락에 맞게 사용하여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동을 표현하는 모든 동사는 기본적으로 ‘가다’와 ‘오다’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다’와 ‘오다’는 언어마다 그 직시중심의 차이로 말미암아 같은 이동구도를 표현할 때도 다르게 쓰이는 경우가 있다. 또한 한 언어 내에서도 표현하는 대상에 대한 화자의 심리적 거리에 따라 ‘가다’와 ‘오다’가 다르게 선택될 수도 있다. ‘가다’와 ‘오다’의 직시중심의 차이와 화용적인 특징으로 인해 한국어 학습자는 실제 발화 상황에서 두 동사의 선택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다’와 ‘오다’의 개념은 이동동사 전반에 확장될 수 있기 때문에 학습자에게 ‘가다’와 ‘오다’의 개념을 올바르게 교육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가다’와 ‘오다’의 이와 같은 특성에 주목하고 한국어 교재와 텔레비전 드라마 대본 자료에 나타난 ‘가다’와 ‘오다’에 대해 조사하고 비교하였다. 또한 한국어와 일본어 및 중국어 모어 화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가다’와 ‘오다’의 직시중심과 화용적인 쓰임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한국어 교재와 텔레비전 드라마의 대본 자료를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한국어 교재는 ‘가다’는 ‘to go’로, ‘오다’는 ‘to come’으로 그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대일 번역으로는 한국어 ‘가다’와 ‘오다’에 대해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또한 문형 연습에 사용된 예문에서 ‘가다’가 일반적으로 반대의 의미로 제시되는 ‘come’으로 번역된 경우도 있어 학습자는 더욱 혼란스러울 수 있다.
둘째, 한국어 교재에 나타난 ‘가다’와 ‘오다’의 출현 양상이 텔레비전 드라마 대본 자료와 차이가 있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학습자가 오류를 가장 많이 만들어 내는 이동구도인 화자가 청자의 위치로 이동할 때이다. 이에 대한 출현 비율이 교재에서는 2%에 그친 데 비해 드라마 대본 자료에서는 11%로 비교적 높았다.
‘가다’와 ‘오다’에 대한 직시중심과 화용적 쓰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화자가 이동주체이고 목적지가 청자일 경우 ‘가다’만이 선택될 수 있다는 선행연구의 분석과는 달리 실제 설문조사에서는 ‘오다’ 또한 선택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청자가 이동주체이고 목적지가 참조시의 화자일 경우 한국어 및 일본어에서는 ‘오다’가 주로 선택되는 것에 비해 중국어에서는 ‘가다’가 주로 선택되었다. 또한 목적지가 제3의 장소일 경우에 화자의 심리적 거리에 따라 ‘가다’와 ‘오다’가 다르게 선택되었다.
셋째, 제3자가 이동주체이고 목적지가 제3의 장소일 때, 목적지에 화자가 큰 공감을 가진다면 한국어와 중국어는 그곳을 화자의 본거지로서 인식하기 쉬운 데 비해 일본어는 현재 담화 상황을 만들고 있는 청자에게 더 큰 공감도를 두고 발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현재 한국어 교육에서는 ‘가다’와 ‘오다’의 다양한 쓰임에 대해서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본 연구의 결과를 반영하여 한국어 교재의 구성 단계에서 자세한 발화 맥락과 함께 화용적으로 다르게 쓰일 수 있는 ‘가다’와 ‘오다’의 이동구도를 균형 있게 제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용 빈도는 낮지만 학습자로 하여금 특히 혼란스러울 수 있는 이동구도를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이 필요하리라 본다. 또한 각 언어에서 직시중심의 차이와 함께 공감도에 따라 달라지는 ‘가다’와 ‘오다’에 대한 정보를 교사가 숙지하고 있다면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의 학습자의 오류 수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본 연구의 결과가 한국어 교육에서의 ‘가다’와 ‘오다’에 대한 교육 방법 개발에 기초 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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