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프로그램' 신화의 구성과 해체 : KBS 교양 프로그램 생산과정에 대한 미디어 사회문화사적 접근 ‘공영방송 KBS 교양 프로그램은 신화다’라는 명제로부터 시작한 본 논문은, KBS 교양... '교양 프로그램' 신화의 구성과 해체 : KBS 교양 프로그램 생산과정에 대한 미디어 사회문화사적 접근 ‘공영방송 KBS 교양 프로그램은 신화다’라는 명제로부터 시작한 본 논문은, KBS 교양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구조로서의 KBS 교양국과 교양 프로그램 생산주체인 교양 PD들의 상호작용을 1970년대 후반부터 2016년 현재까지 살펴보았다. 본 연구는 공영방송 KBS 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와 잣대 그리고 명분만이 환영처럼 떠도는 교양 프로그램 생산 현장에서, 교양 프로그램은 왜 신화인지, 어떻게 신화가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이유로 그 신화가 해체되고 있는지, 그 일련의 질문들을 생산자 연구에 기반을 둔 미디어 사회문화사적 접근으로 고찰하였다. 특히, 본 논문은 세대를 달리한 전·현직 KBS 교양 PD들의 언술 자료와 다양한 문헌 자료, 그리고 제작현장의 생산자이자 학계의 초심자로서의 이중적 정체성을 가진 본 연구자의 자기민속지학과 참여관찰 등을 통해 걸러진 ‘교양 프로그램’ 생산을 둘러싼 다양한 의미의 조각들을 교직시켜 완성한 결과물이다. 대한민국 텔레비전 역사에서 교양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제작해온 장소(place)이자, 교양 프로그램을 만드는 생산주체인 교양 PD들과 상호작용 해온 역사적·사회적 공간(space)으로서 ‘KBS 교양국’이라는 생산구조의 변천은 단순한 조직 개편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매번 KBS 사장이 선임되고 그가 그리는 정책적 노선의 방향에 따라 제작 조직은 늘 변화하여 왔기에, 그 변화상에는 당대의 사회문화·정치적 요구와 영향 요인이 함께 반영된다. 따라서 KBS 교양국은 KBS를 둘러싼 시대적 요구에 대한 내부의 작용과 반작용이 일어나는 자장이며, 그것의 변천과 동일 선상 위에서, ‘교양 프로그램’ 신화의 성쇠도 함께 한다. 특히, 예능이나 드라마의 경우는 그 제작조직 또한 1978년 이래 커다란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되어 온 반면, 교양국은 ‘교양국’, ‘TV 1국’, ‘교양정보팀’, ‘교양문화국’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바뀌면서 그 정체성 또한 변화의 과정을 겪는다. 이런 일관성 없는 과정에서의 교양 프로그램 제작 조직의 정체성 혼란은 고스란히 교양 PD들에게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제작하는 교양 프로그램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주어왔다. 이것이 본 연구자가 주목하는 KBS 교양국과 교양 PD 그리고 교양 프로그램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한 순환적 변화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정의와 그것이 포괄할 수 있는 범주와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정의의 모호성이나 일관성 없음은 전술한 변화 맥락을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주목할 부분은, 다소 모순적이게도 교양 PD들이 교양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을 하지 못하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교양 프로그램이 지향해야할 가치 혹은 반드시 내포해야할 요소에 대해서는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정의는 불명확하고 애매모호한데, 의미와 정보, 감동의 세 요소는 교양 프로그램에 꼭 내재해야한다는 당위는 공영방송 KBS ‘교양 프로그램’ 신화의 허구적 실체를 보여준다. KBS ‘교양 프로그램’ 신화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교양 프로그램의 성장기와 경쟁기에 걸쳐 본격적으로 구성된다. 이는 우리나라 지상파 텔레비전의 황금기와 궤를 같이 한다. 즉, 아직은 ‘전파의 희소성’이 유효한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를 배경으로, 공영방송 KBS ‘교양 프로그램’ 신화는 의미/정보/감동의 세 요소를 통해 교양 프로그램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재현되는데, 특히 국가와 국민, 그리고 공영방송을 육화하는 과정 속에서 앞의 요소들이 핵심적 구성체로 역할을 한다. KBS 교양 프로그램이 ‘국가’를 형상화 하는 과정은 <이산가족 찾기> 방송처럼 전 국민을 동원하는 대형 특별생방송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교양 프로그램 속에서 ‘국가’는 정교하게 기획된 ‘위민 국가’로서, 국민의 안위를 걱정하고, 구제하는 국가이다. 그러나 그것을 구체화하는 것은, 국가를 대신해 성금을 모금하고 국민을 구제하는 특집 교양 프로그램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교양 프로그램은 ‘국민’을 호명한다. 여기서 ‘국민’은 ‘이상적인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이들로 형상화됨으로써, 시청자도 그런 이상적 ‘한국인 되기’에 동참하라고 프로그램은 권한다. 한국인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역사 재해석 프로그램이나 국위 선양한 한국인을 알리는 교양 프로그램은 바로 그러한 ‘이상적 한국인’을 ‘국민’으로 규정하고, 시청하는 이들에게 ‘당신도 국민이 되어’ 보라고 권유한다. 일례로, 1996년 특집 방송된 <성덕 바우만, 누가 이 아이를 살릴 것인가>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되어 미 사관생도가 된 청년을 가리켜 ‘우리의 아이’로 규정하고, 골수암에 걸린 그를 위해 같은 한국인으로서 골수를 기증할 ‘국민’을 모은다. 당시 수천 명이 방송국 앞에 줄을 서 골수를 기증하겠다고 자청할 정도로, 애국적 국민, 국민화된 국민(nationalized nation)을 형상화하는 교양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강력했다. 이러한 사회적 영향력의 바탕에는 ‘감동’ 요소가 큰 역할을 했는데, 중요한 점은 교양 프로그램을 보는 이들뿐 아니라, 만드는 이들에게도 이러한 공영방송 ‘교양 프로그램’의 ‘감동’ 요소에 의해 깊이 영향을 받고 있으며 자칫 제작자에게 강박이 될 정도로 무거운 짐이 되기도 했다. 지상파 공영방송 텔레비전의 독과점적 영향력 안에서 KBS ‘교양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강화되어왔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그 신화는 조금씩 해체 일로에 서게 된다. 그 첫 증후는 다채널 미디어 지형에서의 교양 프로그램과 예능·오락 프로그램과의 경쟁으로부터 시작된다. 탈장르적으로 확대되어가는 오락 프로그램의 교양화는 기존의 교양 프로그램만의 독점적 영역이라 여겨온 ‘의미’가 사실은 오락적 재미와 시너지를 내면 더욱 강력한 ‘의미’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더불어, 시사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교양 부문에서 분리되면서, 교양 프로그램은 사회적 의제 설정의 기능을 탈각하고, 가벼운 생활교양 프로그램으로 그 범주가 좁아들게 된다. 한때 국가와 국민을 규합하고 사회적 영향력을 미쳤던 특집 교양 프로그램의 경우, 점차 사회적 문제 제기의 기능 없이 단순히 기계적 재생산을 하게 되면서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미디어 시장의 무한경쟁 패러다임 안에서, 돈을 벌지 않는 교양 프로그램은 점차 예산과 리소스 배정에 있어서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고, 이것은 다시 제작결과물의 낮은 퀄리티로 연동되면서 악순환을 거듭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 요소는 바로 연예인들의 미디어 영향력의 증가이다. 채널이 많아지고, 오락 프로그램이 미디어 시장의 주류를 이루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연예인에 대한 방송 수요도 많아지게 된다. 이로써 그간 연예인을 방송에 출연시켜본 경험이 없는 교양 PD들에게 연예인이 프로그램의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시대적 변화는 또 다른 교양 프로그램의 위축을 가져오게 된다. 교양 프로그램에서의 ‘의미/정보/감동’ 요소의 해체 과정을 겪으면서, KBS ‘교양 프로그램’ 신화 또한 해체되었으며, 2016년 현재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난 십여 년간 공영방송 교양 프로그램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의 급변속에서 자성하고 저항하는 교양 PD들의 ‘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의미화 투쟁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지상파 텔레비전의 몰락이라는 자명한 위기에 대한 인식을 딛고 자생적으로 발아했다는 점에서 더욱 적극적이고 절실한 교양 PD들의 생존 쟁투 과정이다. ‘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원초적인 재규정을 시작으로 교양 PD들의 변화된 실천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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