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후 스페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안또니오 무뇨스 몰리나(Antonio Muñoz Molina)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을 통해 가혹하고 상흔이 깊은 스페인 현대사의 ... 1980년대 이후 스페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안또니오 무뇨스 몰리나(Antonio Muñoz Molina)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을 통해 가혹하고 상흔이 깊은 스페인 현대사의 폭력과 억압의 실체를 폭로하고 그 기억을 재생하고자 한다. 등장인물들은 스페인 내전의 상처와 독재체제의 아픔을 견디기 위해 망각의 늪에 빠져 모든 것을 잊고 외면하고 싶어 하지만 작가는 인간성을 말살하는 이러한 억압과 폭력의 실체를 애써 끄집어내 기억함으로써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한다. 이 때문에 주인공이 기억을 재생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해 나가는 여정은 단순히 개인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같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해당된다 할 수 있다. 그렇게 안또니오 무뇨스 몰리나는 스페인의 역사적 아픔을 함께 기억하고 이를 극복할 때야 비로소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비극적인 역사와 개인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지는 듯 보인다. 무뇨스 몰리나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인 1980년대는 세계 문학사에 새로운 지각 변동을 가져온 포스트모더니즘이 스페인에서도 서서히 뿌리를 내리던 시기라 할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은 대중적 언어 안에서 다양한 코드를 사용해 상호텍스트성과 장르의 융합, 대중적인 것과 엘리트적인 것의 혼합을 주요 특징으로 삼으며, 메타픽션 등 다양한 장치를 사용한다. 그러나 무뇨스 몰리나는 자기만의 차별화된 글쓰기 전략을 통해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상호텍스트성을 뛰어넘어 사진과 음악, 그림, 카메라 기법 등 다양한 미디어들을 차용했다. 무뇨스 몰리나는 당대의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스페인의 폭력적이고 비극적인 역사기억 재현을 주요 작품 주제로 삼았다. 그러나 다양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과거의 망각된 기억을 꺼내 개인의 정체성과 역사를 회복한다는 차별성을 보였다. 무뇨스 몰리나는 언어를 매개체로 한 글쓰기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미디어 텍스트를 통한 글쓰기를 시도했다고 평가를 받는다. 이전에는 이러한 미디어 텍스트 사이의 간섭이 상호텍스트성의 일부분으로 편입되었다면, 현재는 ‘상호미디어성’, ‘인터미디어성’, ‘하이퍼텍스트’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고,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무뇨스 몰리나 연구는 비극적인 역사의 망각과 파편적 기억, 트라우마에 초점을 맞춰 연구되었다면, 본 논문에서는 현재 화두가 되는 상호미디어성을 중점으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그와 아울러 2장에서는 무뇨스 몰리나의 작품 경향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프랑코 독재시대와 프랑코 사망 이후의 스페인 소설 경향을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3장에서는 무뇨스 몰리나의 삶과 그의 작품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4장에서는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폴란드 기병 El jinete polaco』에서 공식적인 역사를 대변하는 갈라스 소령과 개인의 역사를 대변하는 마누엘 집안의 이야기를 통해 스페인 국민의 억압된 기억이 무의식으로 남아 발현되는 트라우마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5장과 6장에서는 마누엘이 나디아와 소통을 시작함으로써 단절되고 망각된 기억 조각들을 다양한 미디어들을 통해 그녀와 함께 맞춰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상호미디어성에 대해 더 자세하게 분석해 보고자 한다. 스페인의 비극적인 역사를 고스란히 떠안았던 주인공 마누엘이 증언과 사진, 그림, 음악 등 서술적, 시각적 그리고 청각적 매체를 통해 침묵으로 일관되어 트라우마로 남아 있던 기억을 어떻게 회복되는지 분석해 보고자 한다. 그렇게 주인공들이 망각했던 역사의 기억을 회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기존에 언어 매체에만 국한되었던 상호텍스트성을 상호미디어성으로 확대해 분석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7장에서는 이러한 상호미디어성을 통해 주인공들이 과거 기억을 회복한 후 정체성을 되찾음으로써 우리에게 어떠한 소통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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