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을 주제로 한 연구는 역사적, 언어학적 등의 다양한 관점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최근 지명에 대한 연구는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의 접근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 주제의 변...
지명을 주제로 한 연구는 역사적, 언어학적 등의 다양한 관점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최근 지명에 대한 연구는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의 접근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 주제의 변화는 지명과 지명의 가치를 둘러싼 사회 집단간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특히 지명을 지역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대두되면서, 지명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제언되고 있다.
본 연구는 지명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연구의 일환으로 ‘브랜드로서 지명’을 정의 하고 지명이 가진 가치를 구체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지명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첫째, 장소의 이름으로서 고유한 연상을 가진다는 점, 둘째, 최초 상기 도구로서 장소의 이미지와 연상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 셋째, 개인의 성향과 경험, 사회적 배경에 따라 지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넷째, 각각의 지명은 저마다의 독특한 이미지를 갖는다는 점이 그것이다. 따라서 지명이 가진 가치를 브랜드 자산의 개념을 도입하여 구체화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였다. 특히 소비자의 인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기반 브랜드 자산’을 바탕으로 지명 브랜드 자산을 구성하는 요인을 정리하고자 하였다. 물론 지명 브랜드 자산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지명이 가진 독특한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지명의 활용되는 영역이 특산물의 이름인지, 행정 구역 명칭인지, 문화적, 상징적 장소의 이름인지 등에 따라 지명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지명의 지리적 범위에 대한 인식에 따라 지명에 대한 인식도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브랜드와 다른 지명의 독특한 특성이다.
브랜드로서 지명의 특징과 지명 자체의 특성을 바탕으로 지명 브랜드 자산의 구성 요인을 ‘지명의 인지도’, ‘지명에 대한 평가’, ‘지명의 연상’, ‘지명에 대한 충성도’ 네 가지로 구분하였다. ‘지명의 인지도’는 지명이 얼마나 잘 알려져 있는지에 대한 인식과 지명이 잘 알려지는 것의 중요성을 반영하는 요소이며, ‘지명에 대한 평가’는 장소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지명에 얼마나 반영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요소이다. ‘지명의 연상’은 지명을 통해 떠올릴 수 있는 총체적인 이미지를 의미하는 요소이며, ‘지명에 대한 충성도’는 지명에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요소이다. 지명 브랜드 자산의 구성을 구체화하기 위해 각 항목의 세부 요소를 설계하고, 지명 브랜드 자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고려하였다. 연령, 성별 등 인구통계학적 요소와 장소에의 방문 경험, 거주지, 직업 등 사회적 배경을 반영하는 항목이 브랜드 자산을 평가하는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였다. 특히 지명이 지칭하는 장소의 지리적 범위에 대한 인식이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지명 브랜드 자산의 구성 요소를 바탕으로 지명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구성 요소와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검증하기 위해 ‘광화문’과 ‘강남’을 대상으로 사례 연구를 진행하였다. 각 구성 요소의 세부 항목을 설문 항목으로 반영하고, 서울시와 경기도에 거주하는 20대, 50대를 대상으로 오프라인 및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210개의 유효 표본을 대상으로 지명 브랜드 자산의 요소가 각 지명의 인식을 설명할 수 있는지, 브랜드 자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설정한 항목에 대한 개인의 특성에 따라 지명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달라지는지, ‘광화문’과 ‘강남’의 지명 브랜드 자산의 특징은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분석 결과, 응답자들에게 ‘광화문’ 지명의 브랜드 자산은 ‘중요성’ 측면에서, ‘강남’ 지명의 브랜드 자산은 ‘인지도’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연령, 성별, 방문 경험, 장소 인식 범위가 지명 브랜드 자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고려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50대는 ‘광화문’ 지명에 대한 애착이 높았으며, 20대는 ‘강남’ 지명이 중요하다고 인식하였다. 남성은 ‘광화문’에, 여성은 ‘강남’에 높은 가치를 두었고, 두 지명에 대한 평가는 방문 빈도가 높은 응답자일수록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화문의 장소 인식 범위가 넓어질수록 ‘광화문’ 지명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진 반면, ‘강남’ 지명의 경우 장소 인식 범위 집단간의 평가에 대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와 같은 결과의 차이는 ‘광화문’은 개인의 경험에 의해 형성된 ‘경험 기억’의 영향이 크지만, ‘강남’은 교육, 사회 등 외부적 요인으로 형성된 ‘문화 기억’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명 브랜드 자산 구성 요소를 바탕으로 진행한 사례 연구를 통해 각 요소들이 지명에 대한 인식을 이해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광화문’과 ‘강남’의 지명이 브랜드로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으며, 어떠한 측면에서 서로 다른 이미지의 브랜드가 만들어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명의 인지도’와 ‘지명에 대한 충성도’ 항목은 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다른 항목들에 비해 지명에 대한 응답자들의 지명에 대한 인식과 인식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가시화하는데 일조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지명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연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브랜드로서 지명’ 이라는 논의 주제를 도입하고, 지명 브랜드가 가진 자산을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 경관을 연구 하는 문화지리학의 맥락에서 경관 텍스트로서 지명의 역할과 기능을 이해하는데 일조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지명 연구의 핵심 질문인 “지명과 장소를 분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명제를 풀지 못했다는 점과 지명 브랜드 자산의 전반적인 틀에 집중한 탓에 세부적인 요소들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다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명과 장소와의 관계에 관한 연구, 브랜드로서 지명의 논의를 구체화하기 위한 브랜드가 지명으로 인식되고, 가치가 형성되는 과정에 집중한 연구, 지명 브랜드 자산의 세부 요소의 검증과 연관성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추후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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