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교육의 주된 목표는 영어 모국어 화자와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과거의 영어 학습자들을 위한 교육적 모델은 미국 또는 영국 영어 같은 표준 영어를 익혀 영어 ...
영어 교육의 주된 목표는 영어 모국어 화자와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과거의 영어 학습자들을 위한 교육적 모델은 미국 또는 영국 영어 같은 표준 영어를 익혀 영어 모국어 화자와 같은 발음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계화 추세 속에 국제어로서의 영어의 위상이 그 자리를 확고히 자리매김한 지금, 영어 학습자는 모국어 화자보다 다른 모국어 배경을 가진 비모국어 화자와의 의사소통 기회가 더 많아지게 되었다. 이처럼 변화된 영어 사용 환경에 발맞추어, 영어 학습자들은 모국어 화자뿐만 아니라,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문화를 가진 화자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다양한 영어 발음을 학습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다양한 발음을 이용한 듣기 학습이 고등학교 학습자의 듣기 능력 향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또한 언어 태도 및 정의적 측면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실험을 진행하였다. 서울 소재의 H고등학교 1학년 남녀학생 126명을 통제집단 42명, 두 개의 실험집단을 각각 42명, 총 세 집단으로 구분하여 실험을 실시하였다. 통제집단은 미국 영어로만 녹음된 듣기 자료로 수업을 한 반면 실험집단 1은 영국, 남아공, 홍콩 영어로, 실험집단 2는 호주, 아일랜드, 필리핀 영어로 녹음된 듣기 자료로 수업을 실시하였다. 학습자들의 영어 학습과 관련된 기본 정보 및 국제어로서의 영어에 대한 인식과 다양한 발음에 대한 언어 태도를 알아보기 위해 사전 설문지를 통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어서 학교 정규 수업시간을 이용해 총 6차시에 걸쳐 다양한 영어 발음을 이용한 듣기 학습을 한 실험집단 1, 2와 미국 영어만으로 듣기 학습을 한 통제집단이 영어 듣기 능력에 있어 차이를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전 및 사후 영어 듣기 능력 평가를 실시하여 비교하였다. 그 후 설문지의 응답을 통해 실험집단 1, 2의 학습자들의 국제어로서의 영어에 대한 인식을 정의적 측면과 개별 영어 발음에 대한 태도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본 연구의 실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양한 발음을 이용한 듣기 학습이 고등학교 학습자의 영어 듣기 능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 결과, 6차시의 듣기 수업을 한 실험집단 1, 2와 통제집단 모두 사전 영어 듣기 평가 점수에 비해 사후 점수에 유의미한 향상이 있었다. 그러나 사후 영어 듣기 평가 점수에서 세 집단 간에 유의미한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다음으로 다양한 발음을 이용한 듣기 학습이 학습자의 듣기 능력 수준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알아본 결과, 모든 집단의 수준별 상·하위 집단 내 사후 점수에 유의미한 향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집단 간 사후 점수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동질 집단인 것으로 밝혀졌다. 마지막으로 영어 발음 종류에 따라 집단 내 사전 및 사후 듣기 능력의 변화를 비교한 결과, 미국 발음의 경우 수업 시간 동안 미국 발음에 노출된 통제집단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영국, 남아공, 홍콩 발음으로 듣기 수업을 한 실험집단 1에서는 유의미한 향상이 있었다. 이는 다양한 발음으로 듣기 수업을 해도 미국 발음을 듣는 데 유의미한 향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영국·남아공·홍콩 발음의 경우, 수업시간 중 이 발음에 노출된 실험집단 1에서만 유의미한 향상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호주·아일랜드·필리핀 발음의 경우, 수업시간동안 이 발음에 노출된 실험집단 2에서만 유의미한 향상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세 집단 모두 수업 시간에 노출되지 않은 중국·일본 발음의 경우, 수업시간 중 다양한 발음에 노출된 실험집단 1, 2에서만 유의미한 향상이 있었다. 이는 다양한 영어 발음에 노출된 학습자가 생소한 영어 발음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둘째로 다양한 발음을 이용한 듣기 학습이 고등학교 학습자의 국제어로서의 영어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정의적 측면과 개별 영어 발음에 대한 태도로 나누어 살펴본 결과, 먼저 정의적 측면에서는 수업 시간에 다양한 발음에 노출되었던 실험집단 1, 2는 모든 항목에서 사전에 비해 유의미하게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반면 미국 발음으로만 수업했던 통제집단의 경우 영어 발음과 교육 정도와의 관계와 학습자 본인 발음에 대한 자신감 항목에서만 유의미한 향상을 보였고, 국제어로서 영어에 대한 인식 수준과 다양한 영어 발음에 대한 흥미 및 필요성 항목에서는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실험 후 국제어로서의 영어에 대한 인식은 집단 간 모든 항목에 걸쳐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는데 사후 검정 결과, 세 번째 항목인 다양한 영어 발음에 대한 흥미의 경우 실험집단 1과 통제집단 간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실험집단 2는 통제집단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항목만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항목에서 실험집단 1, 2 모두가 통제집단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아 전반적으로 국제어로서의 영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국제어로서 영어에 대한 인식은 미국 영어로만 수업을 받았던 통제집단에 비해 다양한 발음으로 학습한 두 실험집단이 유의미하게 긍정적인 변화를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으로 수업 시간동안 다양한 발음에 노출된 실험집단 1, 2의 사후 수업에 노출된 특정 언어에 대한 태도가 사전에 비해 모든 영역에서 향상되었다. 이는 다양한 발음을 이용한 듣기 학습이 해당 발음에 대한 언어 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실험집단 1의 홍콩 발음과 실험집단 2의 필리핀 발음의 경우 ‘발음에 대한 선호도’와 ‘학습 동기 부여’의 항목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학습자들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미국이나 영국 영어가 아닌 제 2언어로 사용하는 나라의 독특한 발음과 억양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제시할 수 있는 교육적 시사점과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듣기는 의사소통 능력을 함양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능력이므로 충분한 시간과 다양한 자료의 노출이 요구된다.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발음에 대한 듣기 학습이 단기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충분한 효과를 입증할 수 없었으나 향후 연구에서 학습자들에게 다양한 영어 발음을 이용한 듣기 학습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충분히 제공한다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국제어로서의 영어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단일 발음 입력 자료만을 사용하는 현재의 듣기 언어 자료를 다양한 발음으로 전환한다면 학습자들은 영어를 국제어로 인식하게 되고 모국어인 한국어 악센트가 남아있는 자신의 영어 발음에도 자신감을 가지고 세계인들과 의사소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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