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신체 활동을 하기 전 가벼운 준비운동을 하거나 기계를 작동시킬 때에 예열(warming-up) 단계를 거친다. 점화란 정보처리과정에서의 일종의 예열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기억 연구...
일반적으로 신체 활동을 하기 전 가벼운 준비운동을 하거나 기계를 작동시킬 때에 예열(warming-up) 단계를 거친다. 점화란 정보처리과정에서의 일종의 예열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기억 연구에서 특정한 단서가 미리 주어지기 때문에 장기기억에서의 정보 인출이 빨라지는 것을 가리킨다. 이처럼 단어 산출 시 나타나는 점화 효과(priming effect)는 먼저 제시된 단어나 텍스트에 의해 다음 자극의 재인 또는 탐지가 촉진되는 것이다. 언어 발달을 습관 형성으로 보았던 행동주의자들은 새로운 외국어를 배울 때 기존의 모국어가 전이되면서 긍정 혹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였다. 모국어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면 간섭에 의한 오류를 일으키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 학습이 촉진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기존의 연구는 주로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고 영어나 불어를 외국어로 하는 이중언어 화자를 대상으로 다루어졌으나, 본 연구는 중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학문을 목적으로 한국어를 학습하는 안동대학교 어학당 중급반 학생과 학부·대학원에 재학 중인 중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하였다. 피험자는 시각적으로 제시된 자극을 보고 의미가 있는 단어인지 아니면 의미가 없는 비단어인지를 판단하는 어휘판단과제를 사용하여 점화 효과를 관찰하였다.
실험1에서는 의미 관련 단어와 의미 무관련 단어를 한국어 점화자극과 중국어 점화 자극으로 제시하여, 한국어 목표 단어를 산출할 때 나타나는 반응시간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실험 1에서 관찰된 바에 따르면, 첫째, 언어간·언어내 조건에서 중국어-한국어 쌍은 한국어-한국어 쌍에 비해 의미적으로 연관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이 모두 촉진적 점화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피험자들이 이미 기존의 모국어 지식 체계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성인 학습자이므로 제2외국어를 배울 때 모국어를 원천으로 학습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본 실험의 결과가 통계적으로 경향치만 보였기 때문에 두 언어의 개념 저장소의 독립여부에 관해서는 유의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둘째, 의미 관련·무관련 조건에서 의미 관련 조건이 의미 무관련 조건에 비해 반응시간이 더 느리게 나왔다. 이것은 목표 단어인 한국어를 인출하려 할 때 의미적으로 관련된 자극이 명명하려는 단어와 경쟁함으로써 인출을 방해하여 반응시간을 느려지게 한 것으로 보인다.
실험 2에서는 중국어대역사전에서 하나의 한국어 단어에 여러 개의 중국어 표기를 보고 어느 단어에 대해 좀 더 가까운 의미로, 적절한 어휘로 인식하는지를 알아보았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 사전에 제시된 첫 번째 표기보다 두 번째 표기에서 더 빠른 점화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반응시간이 빠르다고 하여 더 적절한 표기로 인정하기에는 표준편차에 있어서 다양한 변인이 존재했다. 다시 말하면, 반응시간이 빠르면 편차가 분산되었다거나 반응시간이 느리면 편차가 덜 분산되었다.
실험 전 시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실험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이 한국어 어휘를 찾을 때 인쇄 사전을 보지 않고 여러 정보로의 링크가 가능한 전자사전, 인터넷 웹 사이트 검색, 또는 스마트 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학습한다고 대답했다. 이로 인해 다양하고 포괄적인 의미는 알고 있으나 오히려 적절한 단어 찾기에는 실패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하여 특정 언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중 언어 사전 중 중국어권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 사전인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 화자를 위한 한국어 학습사전』을 참고하였다. 고작 36개의 단어만을 비교한데다가 여러 가지 변인이 존재했다. 하지만 번역 측면에서만 봤을 때 『중국어 화자를 위한 한국어 학습사전』에 수록된 중국어 표기는 대체로 대역순서가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교재와 사전의 설명과 예문을 학습자가 이해할 수 없고 그 의미를 찾아 어휘에서 어휘로 헤맬 경우, 교사의 중국어 어휘 제시는 학습자의 어휘 습득에 있어서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어 어휘 교육에 있어서 의미가 유사한 단어를 동시에 소개할 경우, 제2언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중국인 학습자 입장에서는 유사 단어들이 상호 간섭을 일으켜 부정적인 작용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의미상 유사한 새로운 단어는 오히려 학습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실험 결과가 통계적으로 경향치만 보였기 때문에 중국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현장에서 모국어 제시가 어휘학습에 있어서 반드시 효율적일 것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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