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목적은 인지언어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추상적 개념 ‘생명’이 박경리의 소설에서 어떻게 인지되고 표현되는지를 분석하여, 한국어 ‘생명’은유의 인지적 특성을 밝히는 것이...
이 연구의 목적은 인지언어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추상적 개념 ‘생명’이 박경리의 소설에서 어떻게 인지되고 표현되는지를 분석하여, 한국어 ‘생명’은유의 인지적 특성을 밝히는 것이다. ‘생명’의 은유적 개념화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생명’이라는 어휘가 들어가 있는 것을 우선적으로 찾되, ‘생명’의 사전적 정의에서 나온 ‘목숨, 숨, 명’등은 유의어로 보고 함께 찾았다. 용례 추출을 위해 기존의 논의들에 기초하여 박경리의 소설을 초기, 중기, 후기작으로 구분하였으며, 초기작은『환상의 시기』와『박경리 단편선』에 수록된 20여 편의 작품을, 중기작은『표류도』,『시장과 전장』,『파시』,『김약국의 딸들』의 네 작품을, 후기작은『토지』1~16권(솔 출판사 본)을 기본 연구 자료로 삼아 고찰하였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은유는 언어적인 현상으로, 시인이나 소설가가 미적·수사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한다고 간주되었다. 그러나 인지언어학의 관점에서 은유를 체계적으로 해석한 새로운 연구들은 인간의 사고와 이해가 대부분 은유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은유의 본질은 한 종류의 사물을 다른 종류의 사물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특히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인 경험과 사물을 통해 이해하려는 인간의 인지 방식은 다양한 개념 은유를 낳는다고 보았다. 본고는 이러한 개념 은유 이론에 입각하여 ‘생명’의 은유를 고찰한 결과 다양한 은유 표현의 실현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어에 나타난 ‘생명’의 은유적 개념화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2장에서는 먼저 은유가 갖는 인지도구로서의 성격을 규명하였다. 특히 J. Lakoff & M. Johnson(1980)은 인간의 사고과정은 대부분이 은유적이며, 인간의 개념체계가 은유적으로 구성되고 규정되기 때문에 ‘은유적 개념화’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어떤 특정한 개념화가 이루어지거나 어떤 심리적 경험을 다한다는 것은 어떤 복잡한 인지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며, 결국 은유란 ‘은유적 개념’을 의미한다. 이러한 은유는 한 주어진 문화 구성원들에게 널리 공유된 인지장치로서 체계적·정합적이어서 관습적 은유라 불린다. 관습적 은유는 수행하는 인지적 기능에 따라 존재론적 은유, 지향적 은유, 구조적 은유로 나누어진다. 존재론적 은유는 추상적인 감정, 경험, 사건 등에 현실에서 존재하는 구체적인 사물의 지위를 부여하는 은유이며, 지향적 은유는 추상적인 목표 개념을 우리와 친숙한 구체적인 공간과 관련지어 설명하는 은유이며, 구조적 은유는 추상적인 목표영역을 보다 구체적인 근원영역의 구조로 체계적으로 인지하는 은유이다.
이어서 이러한 개념 은유 이론을 활용하여 박경리 소설에 나타난 ‘생명’의 은유적 개념화 양상을 밝혔다. 박경리의 소설을 초기, 중기, 후기작으로 나눈 후 ‘생명’의 은유 표현이 들어간 예문을 각 11개, 19개, 140개를 추출하였다. 그리고 이를 그 수행하는 인지적 기능에 따라 존재론적 은유, 지향적 은유, 구조적 은유로 나누어 배치하였다. 작품에 실린 실제 예문에서 은유적 개념화가 이루어진 부분만을 간략히 정리하여 구조화한 예문을 만든 후, 목표 영역인 ‘생명’을 개념화하는 데 사용된 근원 영역의 성격에 따라 범주를 설정하였다. 그 결과 존재론적 은유는 [생명은 물체], [생명은 물질], [생명은 그릇]의 3개의 범주를, 지향적 은유는 [생명은 위]의 1개의 범주를, 구조적 은유는 [생명은 전쟁]의 1개의 범주를 지니고 있음을 밝혔다.
특히 ‘생명’을 ‘물체’나 ‘물질’로 개념화한 경우는 다양한 의미 양상의 차이를 밝히기 위해 세분화하여 분석하였다. [생명은 물체] 은유는 [생명은 물건], [생명은 귀중품], [생명은 짐], [생명은 끈]의 4개의 범주로, [생명은 물질] 은유는 [생명은 액체], [생명은 기체], [생명은 불], [생명은 빛]의 4개의 범주로 개념화하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박경리 소설에서 ‘생명’의 은유적 개념 11개를 밝혀냈다. [생명은 물건], [생명은 귀중품], [생명은 짐], [생명은 끈], [생명은 액체], [생명은 기체], [생명은 불], [생명은 빛], [생명은 그릇], [생명은 위], [생명은 전쟁]이 그것이다. 그런 다음 은유 예문을 비슷한 의미망에 따라 묶어 11개의 개념 은유 범주와 연관 지어 대표할 수 있는 은유 표현을 만들었다.
그 결과 박경리 소설에서 ‘생명’은 22개의 은유 표현으로 묶어서 그 의미망 안에서 설명이 가능함을 밝혔다. [생명을 던지다], [생명을 잃다], [생명을 잡다], [생명이 중하다], [생명을 지키다], [생명을 뺏기다], [생명과 바꾸다], [생명이 주체스럽다], [생명이 구차하다], [생명이 길다], [생명이 줄다], [생명을 끊다], [생명을 잇다], [생명이 흐르다], [생명이 퍼지다], [생명이 타다], [생명이 꺼지다], [생명을 비추다], [생명이 나오다], [숨이 넘어가다], [생명이 자라다], [생명을 죽이다]가 그것이다. 즉, 박경리 소설에서 추출된 170개의 은유 예문들에서 구조화한 173개의 은유 표현들은 개념 은유 이론을 통해 범주화한 결과 22개의 은유 표현을 통해 인지 가능함을 밝혔다.
또한 ‘생명’의 은유는 그 실현 양상에서도 일상 은유와 많은 부분을 공유함을 제시했다. 박경리 소설 속에서 [생명은 귀중품], [생명은 끈], [생명은 물건] 은유가 빈도수 면에서 1, 2, 3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는데, 이는 한국어에서 일상적으로 흔히 접하는 은유이다. ‘생명을 지키다’, ‘생명을 끊다’, ‘생명을 던지다’ 등은 각종 언론 매체나 일상의 대화에 빈번히 등장하는 표현들이다. 이러한 고찰을 통해 한국어에서 ‘생명’은 주로 존재론적 은유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개념화되며, 그 중에서도 [생명은 물체] 은유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결론을 끌어냈다.
박경리 소설을 중심으로 한국어 ‘생명’의 은유적 개념화 양상을 고찰한 본 연구는 한국인들이 ‘생명’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가를 이해하는 데 한 사례를 제공한다는 의의를 지닌다. 이것이 한국어 ‘생명’의 인지적 의미 전모(全貌)를 밝히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니지만, 박경리 소설이 토대로 삼고 있는 시대와 인물이 한국인과 한국문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유효적절하다는 것은 여기에 나타난 ‘생명’의 은유가 한국어의 ‘생명’의 은유와 상통할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여기에 일상어에서의 ‘생명’의 은유의 실현 양상을 추가함으로써 ‘생명’의 은유는 더욱 명료해지며,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추후 과제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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