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화를 낼만한 경우를 표현할 때 ‘얼굴이 붉히는 일 없도록 하자’는 말을 사용한다. 그 외에도 ‘얼굴이 하얗게 질리다’ 혹은 ‘얼굴에 드리워진 검은 그늘’이라는 표현으로 ...
우리는 흔히 화를 낼만한 경우를 표현할 때 ‘얼굴이 붉히는 일 없도록 하자’는 말을 사용한다. 그 외에도 ‘얼굴이 하얗게 질리다’ 혹은 ‘얼굴에 드리워진 검은 그늘’이라는 표현으로 인간의 두려움이나 슬픔을 표현한다. 중국어에서도 이와 비슷한 표현들이 존재하는데,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고 눈이 붉어지는 것으로 화를 내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그 예이다. 이것으로 인간의 감정과 색채 반응이 긴밀히 부호화됨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감정의 생리적 반응은 감정을 대신하는 것은 인간의 환유적 언어사용이라고 하다. 환유는 인간의 기본적인 개념체계의 일부로써 전 세계에서도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많은 학자들이 이렇게 보고 있으나, 그 환유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개념화에 있어서는 각 문화권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으로는 한국어에서 ‘하늘이 샛노래지다’는 표현으로 슬픔이나 어떠한 절망을 대신하는 것에 반해, 중국어에서 같은 감정 맥락 속에서는 노란색을 이용해서 표현하지 않고, ‘눈앞이 캄캄해지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중국어에서 슬픔 감정을 신체적 반응으로 그 감정을 대신하는 환유적 감정표현에 있어서 노란색이 실현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실제로 같은 환유를 적용해도 한국어와 중국어를 대조해 보면 같은 감정을 개념화하는 경우 색채가 같은 경우도 있고, 반대로 다른 경우도 있다.
또한 지금까지 감정이나 색채어에 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진 바가 있고, 그 성과 또한 풍성하지만 감정의 색채 반응에 대한 본격적 논의는 그다지 많지 않은 실태이다. 그러므로 상기 문화적 변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해서, 본 연구는 감정의 생리적 반응은 감정을 대신함, 즉 환유를 통해서 개념화되는 표현 가운데 색채를 수반하는 감정표현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한국어와 중국어를 대조 분석을 통해서 그 상이점을 알아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본고는 우선 ‘기쁨, 화, 두려움, 슬픔, 미움’이라는 5개 감정을 기본감정으로 설정하였고, 각각의 범위를 정의한 다음에 말뭉치를 활용해서 색채를 지니는 단어를 용례로 수출하고, 그 중에서 감정의 신체적 반응은 감정을 대신하는 환유 과정을 거쳐서 개념화된 표현만을 2차 자료로 삼고 대조를 하였다.
그 결과로는 감정을 중심으로 비교할 때 우선 한국어와 중국어에서 환유를 사용한 감정 표현에 있어서 빈도수에 따라서 그 순위로는 모두 노여움>두려움>슬픔>기쁨>미움의 순으로 많이 나타났다. 각 감정별로 살펴보았을 때, 우선 기쁨 감정에서 한국어와 중국어 모두 단 한 가지, 즉 붉은색으로만 실현된 것이기 때문에, 큰 차이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또한 슬픔과 두려움의 경우에는 한국어에서는 ‘붉은색, 파란색, 흰색, 노란색, 검정색’의 5가지 색채로 골고루 개념화된 반면에, 중국어에서는 노란색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4 가지 색채로 골고루
개념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여움의 경우에는 한국어와 중국어에서는 ‘붉은색, 파란색, 흰색’을 공통적으로 실현되었으나, 중국어에서는 검정색도 실현된 것을 확인하였다. 마지막 미움에 대해서는 신체적 반응은 그 감정을 대신하는 경우가 한국어와 중국어에서 모두 많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 색채 중심으로 살펴보았을 때, 한국어에서는 붉은색, 파란색, 흰색, 노란색, 검정색의 5 가지 색채 모두가 골고루 사용된다는 것이 특징이지만, 중국어의 경우에는 노란색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4가지 색채로만 골고루 사용된다는 것이었다. 중국어에서 색채로 감정을 수반하는 데에 빈도수와 비율을 고려하면 노란색을 거의 사용하지 않다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또한 붉은색으로 개념화되는 감정이 한국어와 중국어 모두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보아, 붉은색이 감정을 개념화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이 연구는 [감정의 신체적 증상은 감정을 대신함] 환유를 중심으로 감정과 색채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고찰하였다. 이 논문은 한국어와 중국어를 대조함으로써 [감정의 신체적 증상은 감정을 대신함] 환유의 원래를 적용해서 감정과 색채사이의 관련성을 주목한 것이며, 같은 생리적 반응으로 감정을 개념화하는 데도 두 언어 간에 그 개념화 양상은 큰 차이가 있음을 색채로 수반하는 환유적 감정 표현을 통해서 확인한 연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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