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영어권 한국어 학습자들의 한국어 지시어 사용에 나타난 지시 의미 기능 습득 양상을 살피는 데 목적을 둔다.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 습득론에서 지시어의 의미 기능에 대...
본 연구는 영어권 한국어 학습자들의 한국어 지시어 사용에 나타난 지시 의미 기능 습득 양상을 살피는 데 목적을 둔다.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 습득론에서 지시어의 의미 기능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는 미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본 연구는 학습자 언어에 나타나는 지시어와 지시어의 의미 기능 간의 대응 관계를 언어 맥락적 변이 현상으로 포착해 설명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영어권 학습자들의 지시어 사용 양상은 언어 맥락별로 한국어 모어 화자의 지시어 사용 양상과의 차이 및 한국어 숙달도에 따른 차이의 두 가지를 중심으로 검토되었다. 본 연구의 구성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Ⅰ장에서는 본 연구의 목적을 밝히고 언어 맥락적 변이( variation in linguistic context) 와 지시어 의미 기능 습득 및 한국어 지시어의 의미 기능을 중심으로 선행 연구들을 검토하였다.
Ⅱ장과 Ⅲ장은 본 연구의 이론적 배경으로 Ⅱ장에서는 학습자 언어의 변이 가운데 언어 맥락적 변이에 대해 정리했고 Ⅲ장에서는 학습자들의 지시어 사용을 언어 맥락적 변이 현상으로 체계적으로 포착하기 위해 한국어 지시어의 의미 기능들에 대한 구조화를 모색했다.
한국어의 지시어 의미 기능은 그 동안 화시적 지시, 문맥적 지시, 상념적 지시의 세 층위에서 개별적으로 제시되어 왔으나 본 연구에서는 분포상 유표성(distributional markedness)과 의미상 유표성(semantic markedness)에 의해 구조화했다. 분포적 유표성은 화·청자 영역 대립 유무를 구분하고 의미적 유표성은 각 지시 층위에서 수행되는 기본 의미 기능과 추가적인 의미 기능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었다. 의미적 유표성에 의해 화시적 지시에 속하는 의미 기능들은 대상에 대한 물리적 소재 판단에 의한 무표적인 지시 기능과 심리적 소재 판단에 의한 유표적인 지시 기능으로 나뉘었고, 문맥적 지시 층위는 무표적인 지시 기능인 전술 언급 지시와 유표적인 지시 기능인 효과 조응으로 나뉘었다.
Ⅳ장에서는 본 연구의 연구 방법을 구상하고 학습자들의 지시어 사용을 관찰하기 실험 도구를 마련하였다. 지시어 사용에 대한 관찰은 지시 언어 맥락에서 지시어 선택과 그 이유를 검토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본 연구에서는 지시어 사용 언어 맥락을 37개의 실험 문항으로 포함하는 다지 선택 질문지를 통해 학습자들의 지시어 선택을 확인하고 지시어의 변형된 사고 구술(Think-aloud)을 통해 지시어 선택의 이유를 수집하였다.
V장에서는 영어권 학습자들을 한국어 숙달도에 따라 중급 학습자와 고급 학습자로 나누어 한국어 모어 화자들과의 지시어 사용 양상을 비교하였다. 그 결과는 Ⅵ장에서 한국어 모어 화자와 영어권 학습자들의 지시어 사용상 차이와 숙달도에 따른 차이로 해석되었다.
본 연구에서 검토한 학습자들의 지시어 사용 양상은 지시 층위와 동일 지시 층위에 속하는 의미 기능들 간의 구조적 관계를 틀로 하여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지시 층위별 언어 맥락에 따른 학습자들의 지시어 사용은 모어 화자들의 지시어 사용과 비교하여 다음과 같은 변이를 보였다. 한국어 모어 화자들이 지시어를 분화하는 데 사용하는 원리에 비교하여 한국어 학습자들의 지시어 분화 원리는 지시 영역을 추상화하는 데 차이가 있었다. 한국어 모어 화자들이 화시적 지시 층위에서 물리적인 공간을 화·청자를 중심으로 분할했던 지시어 사용 원리는 문맥적 지시와 상념적 지시에서는 담화와 상념의 공간을 분할하는 것으로 추상화되었다.
이에 반해 중급 학습자들은 물리적 거리감에 의한 영역 구분을 문맥적 지시와 상념적 지시로 확대 적용했으며 고급 학습자들은 물리적 거리감에 의한 영역 구분을 상념적 지시에 확대 적용해 한국어 모어 화자들과 차이를 나타냈다. 학습자들의 지시어 사용은 유표적인 언어 맥락에서 주로 한국어 모어 화자들과 차이를 보였다.
분포상 유표적인 지시 언어 맥락에서 학습자들은 무표적인 의미 기능에 의해 지시어 를 사용했으며 그 결과 학습자들의 지시어 사용에는 화·청자 대립에 따른 분포상 유표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학습자들은 지시어 사용에서 의미상 유표적인 언어 맥락에서 무표적인 의미 기능들에 의해 지시어를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학습자들의 숙달도에 따른 지시어 사용의 차이 또한 확인되었는데 이는 지시어 선택과 지시 의미 기능 사용의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정리할 수 있다. 지시어 선택 측면에서 중급 학습자들은 주어진 지시 언어 맥락에서 자유변이를 보인 반면, 고급 학습자들은 한국어 모어 화자들의 지시어 선택 범위 내에서 지시어를 선택해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고급 학습자들의 지시어 사용 양상이 한국어 모어 화자들의 지시어 사용 양상에 근접해 있으되 여전히 격차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급 학습자들이 여러 문항에서 선택한 지시어와 의미 기능의 종류 수는 한국어 모어 화자에 비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고 지시 의미 기능의 성격 또한 무표적인 것에 편중되어 있었다.
학습자 지시어 사용 양상에 대한 관찰 결과 지시어 의미 기능 습득의 진행 양상과 그 한계를 설명할 수 있다. 지시어 의미 기능 습득은 습득 초기에 제공되는 화시적 지시에 집중된 지시 층위와 무표적인 의미 기능들에 기반을 두고 시작된다. 이후 자유변이의 시기를 거쳐 체계적인 변이의 시기로 점진적으로 이동해 가는 양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시기에 접어든 고급 학습자들의 지시어 사용도 습득 초기에 제시된 지시 층위와 의미 기능들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현재 한국어 교재에서 제공되고 있는 지시어 의미 기능에 대한 제공이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확대되고 심화될 필요가 있음을 제기했다.
현재 화시적 지시의 물리적 거리감에 의한 지시어 사용과 문맥적 지시의 전술 언급에 한정되어 있는 지시어의 의미 기능에 대한 소개는 상념적 지시 층위를 포함하고 유표적인 의미 기능들도 풍부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한국어 교육과 제2언어 습득 연구 분야에서 지금까지 주목을 받지 못한 지시어 의미 기능 습득 양상을 연구했다는 데
일차적인 의의를 갖는다. 이와 더불어 학습자들의 지시어 사용 양상을 지시 층위와 유표성에 의한 지시 의미 기능 간 구조화를 기반으로 하여 언어 맥락적 변이로 포착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학습자 언어에 대한 변이 연구로서 의미가 있다. 본 연구의 대상인 지시어 사용 언어 맥락은 주어진 문맥 내에서 유표성에 의해 변별될 수 있는 것으로 지금까지 이루어져 형태를 중심으로 한 언어 맥락적 변이와 차별성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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