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기반경제사회에서는 개념을 습득하는 차원을 넘어 습득한 개념을 보다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인지과학에서 유추는 이미 알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 지식기반경제사회에서는 개념을 습득하는 차원을 넘어 습득한 개념을 보다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인지과학에서 유추는 이미 알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낯선 문제 상황을 이해하는 사고과정으로 전문 영역에서는 의사결정, 과학적 발견, 창의적 디자인 개발과 같이 중요한 문제해결 도구로 인식되어 왔다. 지리학에서 유추 역시 낯선 지역이나 문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사용되어온 지리적 문제해결과 연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리교육에서 문제해결이나 전이 관점에서 유추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시도는 아직 없었으며, 지역 간 비교나 다른 지역으로의 적용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논의되었다. 따라서 본 논문은 인지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중등 지리교과서와 지리교사들이 활용하는 유추의 특성과 역할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습자들의 유추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수업맥락과 요소들을 고찰하였고, 이를 토대로 적절한 유추 활용을 위한 지리 교수·학습 방안을 도출하였다. 이러한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지과학 연구를 통해 유추의 범위를 유사성과 기능에 따라 정의하고, 성공적인 유추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구조대응, 도식이론, 사례이론, 행위자기반전이 관점을 논의하였다. 한편으로 일반적인 교수・학습 상황의 경우, 유추는 교사들이 개념과 학생들의 배경지식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기능하였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생성되는 지리적 유추물의 형태를 개념 비유, 지리적 동형 사례, 유추 모형(상징 모형, 실험 활용 모형, 시연 활용 모형)으로 구분하였다. 교과서 분석과 면담을 통해 중등 지리교과서와 지리교사들이 사용하는 유추 사례를 수집하고, 이론적 논의와 분석 틀을 바탕으로 분석하였다. 주요 결과 및 논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리 교과서에 나타난 유추 형태는 과학 교과에서 추상적이거나 미시적인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유 형태보다는 지리적 동형 사례 간 공통점을 찾거나 유사한 사례를 찾게 하는 과제를 통해 학습자의 지리적 인식을 확장시키는 사고방식으로 나타났다. 즉, 지리교육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어오던 낯선 사례를 바탕으로 학습자 주변의 친숙한 사례를 찾는 과제는 추상적인 개념을 학생 개인의 맥락으로 자발적인 전이를 유도해 성공적인 유추과정을 제공하는 기능을 하였다. 그러나 학생 개인의 맥락이나 친숙성을 고려하지 않아 스스로 찾기 어려운 과제의 경우 유추과정을 경험하기 힘들었다. 이러한 과제의 경우 추론 가능한 지리적 조건을 제공하거나 완전한 사례가 아닌 일부 속성을 찾게 하는 방식으로 변환해 학습자의 유추경험을 의식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반면, 지리교과서에서 비유 형태를 활용하는 경우는 매우 적었으며, 특히, 특정 주제나 출판사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보였다. 이는 개념 비유가 특수한 지리 교수・학습 전략이기보다는 저자의 의도에 따라 채택 가능한 것으로 다소 복잡하거나 난해한 지리적 용어(예, 흡인/배출요인, 애그플레이션 등)의 표현 및 설명을 위한 방식으로 기능하였다. 상대적으로 유추적 모형은 지리 전문가들이 유추해낸 상징 모형(예, 도시내부구조)을 그대로 사용하는 빈도가 높았으며, 여러 출판사에서 동일한 주제에 중복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지리교과서에 제시된 동형 사례의 경우 하나의 사례만을 제시하고 이와 유사한 사례를 찾게 하는 활동이 많았다. 또한, 표면적으로 유사하지 않은 동형 사례를 제시할 때 학생 스스로 공통적인 도식을 파악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성공적인 유추 전이나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유연한 도식을 형성할 수 있도록 표면 유사성이 다른 여러 사례를 제시하거나 사례 간 대응 활동을 활용한 유기적인 사례 선정 및 활용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지리적 동형 사례는 관계 유사성, 기능 유사성, 이론적 모델과 현상, 절차 유사성으로 구분되었다. 유사한 위치나 입지에 있어 유사한 기후나 생활모습이 나타나는 현상이나 환경과 인간과의 상호작용과 같은 관계적 유사성에 의해 사례를 제시하는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분쟁이나 지형 경관과 같이 개념 구조가 명료하지 않거나 직접 관찰이 어려운 경우에 유사한 사례를 찾게 하는 방식은 표면적 정보로 현상을 해석하거나 판단할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러한 개념의 경우 유사한 사례를 찾는 과제보다는 동일한 형성프로세스이지만 상이한 기후 환경, 인문 환경, 스케일, 지질적인 관점에서 표면적으로 다른 사례들을 대응해보는 활동이 유용할 것으로 고려되었다. 넷째, 지리 교과서와 달리 지리교사들은 유추를 비유 형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리교사 개인마다 선호하는 유추물의 형태나 응답한 빈도가 상이하였으며, 대부분의 비유는 교수·학습 과정에서 학생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개념(혹은 용어)에 대해 반응적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지리교사들은 학습자의 개념 이해뿐만 아니라 몰입이나 암기와 같은 수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유 형태가 지리만의 특수한 교수·학습 전략이기보다는 교사 개인의 수업 방식과 관련된 것으로 문제해결이나 사고과정으로서 유추와는 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지리개념의 핵심적인 도식을 고려하지 않고 표면적인 지리 지식에 빗대어 비유하는 형태도 많았다. 다섯째, 지리교사들이 활용하는 비유 형태가 지형 영역에서 집중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맥락에는 지형 영역에서 나타나는 개념들이 직접적인 관찰이 어렵다는 점, 학생들의 일상적 경험 세계와 괴리가 있다는 점, 그리고 가르쳐야할 개념(도식)과 관련된 교수·학습 방식에 대한 명확한 준거의 부재가 요인으로 고려되었다. 면담 과정에서 지형과 관련한 지리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유추 모형도 종종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교수·학습 방법 측면에서 매우 불완전한 활용 모습을 보였다. 실험이나 시연을 활용한 유추 모형은 지형 프로세스와 같이 눈으로 직접 관찰하기 어려운 개념을 친숙한 실험 상황이나 신체를 활용해 검증하거나 시연해보는 교수・학습 전략이다. 따라서 유추 모형을 통해 지형 관련 개념과 더불어 탐구절차를 경험할 수 있는 대안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본 연구 결과는 연구자 관점에서 교사나 저자의 의도에서 접근하고 있고, 이론 및 선행 연구에 따른 선험적 결과라는 점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여러 형태의 유추물을 활용해서 학생의 유추과정, 오개념, 이해나 태도 변화 등의 효과성에 관한 보다 실증적인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를 통해 유추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사용했던 교과서의 사례나 교수·학습 방식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나아가 교사 교육이나 교과서나 프로그램 제작과 같이 지리교육 전반에서 참조할 수 있는 체계적인 준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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