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한국 근현대 서양화의 시발점이 된 인상주의 회화의 미술사적 의미를 재조명한 글이다. 한국의 자연과 인상주의가 일체화됐다고 평가되는 1930년대 화단을 중심으로 그동안 민족... 이 논문은 한국 근현대 서양화의 시발점이 된 인상주의 회화의 미술사적 의미를 재조명한 글이다. 한국의 자연과 인상주의가 일체화됐다고 평가되는 1930년대 화단을 중심으로 그동안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 가려져 부정되거나 외면 받은 한국 인상주의 회화의 모더니티(modernity)에 주목하고자 한다. 한국 인상주의 화풍의 연원은 고희동(高羲東)을 비롯한 선구적 서양화가들이 일본의 외광파 화풍을 수용한 데서 찾아볼 수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한국에서 서양화의 이질적 표현이 언제, 어떻게, 누구에서부터, 어떤 화풍으로 정착됐는지 아직까지 명확하게 조명된 바 없다. 서양화 도입기의 인상주의가 어떻게 정착되고 진행됐는지 제대로 분석되지 못한 셈이다. 본 연구자는 우선 한국 인상주의의 정착과 그 전개 과정을 조명하고자 한다. 인상주의는 1870년대 프랑스에서 발생한 회화 운동이지만, 한국의 인상주의는 유럽과의 단순 비교로 규정할 수 없다. 이는 서양 근대미술이 수용된 시기와 일제식민 시대가 중첩되는 우리 역사의 특수성 때문이다. 일본의 선택으로 변형된 형태의 서양 미술이 유입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의 한국 인상주의는 유럽의 인상주의자들이 가졌던 미학과 미술사적 배경 등을 그대로 공유할 수 없었다. 우리 인상주의를 논할 때, 유럽과 일본의 영향을 이중 구조로 파악해야 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Ⅰ장에서는 인상주의 회화가 프랑스와 일본, 한국이라는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어떻게 전이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이 논문은 민족주의가 한국 인상주의를 조명하는 매우 강건한 이데올로기로 군림해 심미주의를 포함한 다른 비평의 가능성을 차단시켰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일제 식민 상황에서 주체성과 자주성을 논하려면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필요했으며, 그 실천 또한 계도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던 현실에서 민족주의를 제외한 다른 비평론은 소외돼 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외래의 인상주의와 민족주의 사이의 연관성을 실증적 차원에서 검토하고자 한다. Ⅱ장은 인상주의 작가와 그들의 회화작품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둔다. 새로운 시각성을 모색한 1920년대에 이어 조형체계로서의 인상주의가 심도 있게 전개된 1930년대를 중심으로 작가들의 개별적 조형성에 주목한다. 김주경(金周經)과 오지호(吳之湖)가 도쿄미술학교 출신으로 독자적인 조형이론을 체계화한 반면 대구화단의 이인성(李仁星)과 김용조(金龍祚)는 일본 유학 전에 기법적인 측면에서 인상주의를 충실히 소화하며 도쿄미술학교 출신들과는 궤를 달리 했다. Ⅲ장에서는 인상주의 작가들이 탐구하고자 한 한국적 미감, 조선적 정감이 민족주의로 읽힌 정치사회적 배경을 고찰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인상주의 화가들은 당대의 젊은 화가로서 회화체계를 탐구하고 담론의 장을 확장시켰다. 1920년대 후반부터 활발하게 결성된 소그룹전이 그 무대가 됐다. 화가들은 회화이념에 따라 소그룹을 만들고 치열한 이념 논쟁을 벌였다. 김주경과 오지호는 녹향회(綠鄕會, 1928-1931), 이인성과 김용조는 향토회(鄕土會, 1930-1935) 멤버로서 활동했는데, 모두 정치색을 배제한 순수예술을 지향했다. 하지만 향토성을 추구한 이 단체들은 한국 미술사에서 민족주의적 성격으로 서술돼 그 정치적 배경에 접근해 보고자 한다.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인상주의 회화가 대도시를 토양으로 한 새로운 예술사조였다는 점이다. 유럽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인상주의는 도시현상을 배경으로 형성됐다. 인상주의는 세상을 도시인의 눈으로 그 변화의 리듬을 포착하는 도시적 양식이었다. 근대도시가 지각 중에서도 시지각이 지배적인 문화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 근대미술에서 도시성이 상대적으로 소외돼 온 것은 기인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한국 인상주의 회화의 모더니티를 조명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리하면, 이 논문은 식민 지배를 받던 근대화단에서 전개된 인상주의를 민족주의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기존의 담론을 분석하고 재조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탈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인상주의 화풍에 드러나는 모더니티의 시각적 표상을 주목해 보고자 한다. 민족주의라는 일률적 잣대를 지운 뒤 우리 인상주의 회화에서 발견되는 것은 현실인식의 부재라는 비판적 관점에서 그간 부정돼 온 도시풍경이다. 근대기 작가의 도시감성이 담긴 인상주의 회화에서 당대의 일상성과 개인 주체의 발견이라는 모더니티의 일면을 대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일제식민이라는 특수한 역사성 때문에 제한적 시각으로 고찰됐던 한국 인상주의 회화의 의미가 다양하게 논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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