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교육에 있어서 문법 교육은 항상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으며 초급에서부터 체계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학습자들의 진정한 의사소통 능력 신장을 위해서, 즉 문법의 형태에 ...
한국어 교육에 있어서 문법 교육은 항상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으며 초급에서부터 체계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학습자들의 진정한 의사소통 능력 신장을 위해서, 즉 문법의 형태에 관한 지식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고 상황과 맥락에 알맞게 사용하는 능력을 지도하기 위해서 교사는 목표어만으로 설명하는데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한국어에 대한 기초 지식이 전혀 없는 초급 과정에서 한국어와 언어학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는 언어권의 학습자를 대상으로 교육할 때 그러하다. 이때 교사가 학습자의 모국어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문법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독일어권 초급 학습자 8명을 각각 한국어 교사가 목표어인 한국어만을 사용한 통제 집단과 학습자 모국어인 독일어를 사용한 실험 집단으로 나누어 문법 교육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를 위해 선정된 문법 항목은 ‘-(으)니까(이유)’, ‘동사의 관형형’, ‘-(으)ㄴ/는데(배경)’으로서 학습자 모두 이전에 학습한 경험이 없으며 형태와 통사 구조가 복잡하고 사용 상황과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목표어 설명이 용이하지 않은 것이었다. 매회 90분씩 세 차례에 걸친 문법 교육이 끝난 후 성취도 평가를 실시하여 한국어 교사의 언어가 학습자의 문법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았다. 또한 사전∙사후 설문 조사 및 개별 심층 면담을 통해 한국어 교사의 언어에 대한 학습자들의 인식을 살펴보았다. 수집된 자료는 SPSS 21.0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Mann-Whitney U 검정과 빈도 분석, 상관 분석 등의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먼저 두 집단의 사후 성취도 평가를 분석한 결과, 한국어 교사의 목표어, 또는 학습자 모국어 사용이 학습자의 문법 능력에 미친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두 집단의 평균 순위 비교를 통해 문항 영역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자세히 살펴본 결과, 통사 구조 및 유사한 의미를 지닌 문법과의 비교, 사용과 관련된 문항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실험 집단이 통제 집단보다 우위를 차지하였으며 유일하게 형태 영역에서만 통제 집단이 실험 집단보다 다소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통해 문법의 형태보다는 의미와 사용, 유사한 문법과의 비교 등을 위해 학습자 모국어가 더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감지할 수 있었다.
사전 설문 조사 결과를 통해서는 현재 한국어 교사의 언어 사용 양상이 기관별∙교사별로 매우 다양하다는 것과 학습자 전원이 문법 설명을 할 때 한국어 교사가 한국어와 독일어를 병행해 주기를 희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구체적인 상황별로 교사의 언어가 학습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묻는 사후 설문 조사에서는 모든 교수 상황에 있어 실험 집단이 통제 집단에 비해 교사의 언어가 학습에 더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답하였다. 특히 문법의 의미와 사용 상황을 이해하는데 교사의 학습자 모국어 사용이 매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답해 유의확률 .057을 기록하며 두 집단 간의 차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모국어와의 비교, 문법의 형태와 단어 및 문장의 의미, 오류 수정의 순으로 학습자 모국어를 이용한 설명이 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과제를 이해하거나 문화적 요소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교사의 언어에 따른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이와 같은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독일어권 초급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어 문법 교수 시 교사의 학습자 모국어 사용이 절실히 요구되며 교사는 교수 상황에 따라 차등을 두어 학습자 모국어를 전략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끝으로 교사의 언어가 학습자의 정의적인 측면에 끼친 영향에 대한 설문 문항을 통해 교사의 학습자 모국어 사용이 학습자들이 수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교사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하거나 편안한 수업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기여함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반해 교사의 목표어 사용은 학습 동기를 강화하고 목표어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본 연구에 참여한 독일어권 학습자는 모두 8명으로 매우 적은 수이며 단 3회에 걸쳐 문법 수업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집단 간에 통계상 유의미한 차이를 기대하거나 본 연구의 결과를 일반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더 많은 학습자를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실험이 진행된다면 보다 뚜렷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어 교육에서 교사의 학습자 모국어 사용에 관한 선행 연구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중국어권이나 영어권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본 연구는 독일어권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여 보다 다양한 언어권 학습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문법 교육에 초점을 두어 교수 내용과 상황에 따라 세분화된 항목을 조사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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