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문자와 언어의 탄생과 그 역사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된 행위이며 서로 다른 언어권 간의 인류의 의사소통과 문명과 사상의 전달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지만,... 번역은 문자와 언어의 탄생과 그 역사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된 행위이며 서로 다른 언어권 간의 인류의 의사소통과 문명과 사상의 전달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지만,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야 실천적이고 이론적인 견지에서 독립적인 학문 분야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다.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번역을 둘러싼 주된 논쟁의 초점은 ‘충실성’과 ‘가독성’이라는 두 개념 사이의 대립이었다. 여러 번역가와 번역 이론가들이 이 두 가지 개념에 의거해 어느 한 편을 지지하며 자신의 번역관을 내세웠으나, 이러한 이분법은 번역을 원문에 대한 단순한 모사, 원문과 비교해 항상 부차적이고 열등한 것으로 파악하며 번역의 평가는 원문과의 비교를 통했을 때 가능하다고 전제하기 때문에, 그것이 쓰인 언어 자체와 긴밀하고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문학 텍스트의 번역을 평가하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의 목적은 실제 문학 텍스트와 그 번역본의 비교 분석을 통해 문학 작품의 번역이란 작품이 지닌 고유한 특수성을 파악하고 이를 재창조하는 행위임을 보이는 데 있다. 분석 대상 작품으로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그 프랑스어 번역본 2종, 한국어 번역본 1종을 사용하였다. 이처럼 분석 대상으로 두 언어로의 번역을 선정한 것은, 원문의 언어인 영어와 서로 다른 문화적 간격을 사이에 두고 위치한 두 언어의 번역을 서로 비교해 봄으로써, 출발 언어와 도착 언어 간의 단순한 비교를 넘어 번역이 지닌 문화 전달 방편으로서의 역할의 중요성을 밝히기 위해서이다. 서론에서는 번역사에 대한 간략한 조망과 더불어 선행 연구를 검토하고 그 한계를 지적함으로써 논의의 출발점을 정하고, 연구의 목적과 진행 방향을 제시하였다. ‘분석의 예비 단계’라 이름한 본론의 첫 부분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를 둘러싼 문학사적‧번역학적 논의와 다양한 방면에서 이루어져 왔던 연구들을 대략적으로 살피고, 나아가 작품이 문학사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증명하여, 문학 텍스트의 특수성을 살펴보는 본 연구의 분석 대상으로 삼게 된 이유를 밝혔다. 또한 작품의 수용 역사, 현재의 번역 현황, 역자 후기나 주석 등을 통해 드러나는 번역자의 태도 등을 기준으로 삼아 한국어와 프랑스어에서 각각 분석 대상으로 삼을 번역본을 선택하게 된 경위를 상세하게 서술하였다. ‘문화번역론적인 관점에서의 접근’과 ‘언어유희의 분석을 통한 접근’이라는 두 가지 접근 방식을 통해, 상세한 분석을 시도한 특정 지점들을 선택한 기준 또한 제시했다. 본론의 두 번째인 ‘텍스트 분석’에서, 우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안에서 문화적‧언어적 특수성이 나타나는 지점들을 각각 고유 명사, 속담, 비문법성, 소리를 중심으로 한 언어유희, 의미를 중심으로 한 언어유희라는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 각각의 경우 원문이 제기하는 문학적 특수성을 도착어로 옮기기 위해 번역자들이 어떠한 전략을 취했는지, 번역을 통해 이러한 특수성이 손상되지 않고 전달되었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우리가 이끌어 낸 첫 번째 결론은 출발어와 도착어 간의 언어문화 간격이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원문이 지닌 문화적‧언어적 특성을 전달하기가 보다 더 쉬울 것이라는 이제까지의 통념이 모든 경우에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출발 문화의 정체성이 강하게 깃든 고유 명사나 속담은 한국어보다 프랑스어로 번역되었을 때 오히려 더 원문과 멀어지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원문이 지닌 ‘낯섦’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친숙한 가치로 변형시키려는 의도가 개입되었으며, 이러한 ‘병합’이 문화간격이 좁은 경우에 더욱 강하게 나타남을 시사한다. 두 번째로 우리는 문학 작품의 특수성을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직역과 의역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을 벗어나 원작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특수성을 올바르게 파악하는 일이 우선해야 함을 밝혔다. 번역자는 단순히 언어 코드 변환이라는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비평가의 태도로 문학 작품을 대하여 철저하게 이해하고, 자신이 파악한 작품의 특수성을 대상 언어의 독자들도 접할 수 있도록 재창조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을 바탕으로, 본고는 현재 활발하게 태동하고 있는 번역 이론 연구 및 번역 평가가 단순한 오역 지적의 차원을 벗어나, 문화와 사상 전달의 매개체로서 번역이 지닌 중요성을 재정립하고 원문의 언어와 문화가 빚어낸 특수성이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살펴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제안하며, 비평가와 창조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뛰어난 번역자의 탄생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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