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인간은 자연의 법칙성을 발견하여 조형에 대한 창조적 사고와 행위를 자연으로부터 얻은 주재(主材)를 통해 드러낸다. 때문에 인간의 미의식이나 예술...
자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인간은 자연의 법칙성을 발견하여 조형에 대한 창조적 사고와 행위를 자연으로부터 얻은 주재(主材)를 통해 드러낸다. 때문에 인간의 미의식이나 예술적 조형 행위는 가공된 또 다른 자연일 것이다. 모든 예술 활동에 있어서 자연에서 찾은 모티브는 자연을 심도 있게 바라본 작가의 감성에서 나온 예술표현의 창조적 소인(素因)이 된다. 이는 단순한 자기감정의 표현을 넘어서 세련된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연의 모티브를 바탕으로 하는 예술 활동은 의미이며 대상에 생명력을 주는 행위이다.
자연의 일부인 물고기는 신석기시대이후로 고대인들에 의해 시문되었으며 동서 문화권에서 활발하게 성행하였다. 고대문명의 발상지는 큰 강을 중심으로 형성되었고, 그 곳에서 풍부한 어류 채집을 통하여 고대인은 수월한 생명의 연장과 종족의 보존을 꾀하였다. 그들이 접했던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물고기형을 택하여 시문(施紋)했던 것은 풍어에 대한 기원이며 점차 예술 작품의 영감(靈感)과 표현의 대상 그리고 관념적인 조형물의 소재로 활용되었다.
아시아에서 최고(最古)는 스사의 채도(彩陶)에 나타난 어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채도는 신석기, 금석병용(金石倂用)의 양 시대에 원시 농경민이 제조하여 사용하던 토기로 서남아시아에 기원을 두고 메소포타미아, 이집트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지중해 연안, 동쪽으로는 서부인도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출토되고 있다. 이 시대의 채도 중에 어문이 있는데, 이러한 어문이 어떠한 의미로 시문(施紋)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리고 물고기의 형태도 특정한 물고기로 보기는 어렵고 다만 직선 형태로 그려진 단순한 물고기이나, 물고기의 특징은 잘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어문(魚紋)에 대한 자료의 수집과 정리를 통하여 형식 변화와 의미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어문의 기원을 찾아보고 한국의 문양과 어문의 특성을 찾고자 하였다. 전통문화 속에 물고기가 갖는 상징적 의미는 생활 전반의 가치로 인식되었으며 우리 문화 속에 물고기는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와 다산과 입신출세, 부귀 행운을 상징하는 길상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물고기의 이미지를 관련된 문헌 자료를 통하여 재검토함으로써 도자기에 적용된 과거의 물고기 관련 도자문화를 되짚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물고기의 형태를 응용하여 물고기에 내재되어 있는 환희와 평화스럽고 한가로운 분위기를 생활의 여유와 즐거움으로 나타내고, 물고기가 가지고 있는 신비감을 연구자의 심상(心想)으로 재해석하고,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나타나는 물고기의 이미지는 자연이 품고 있는 생태적 특성이 주는 의미뿐만이 아니라 전통생활문화 속에서 기인된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러한 복합적 물고기의 의미를 점토를 매체로 하여 자아를 표출함에 있어 소박하고 진실한 언어가 될 수 있고 구상(具象) 표현에서 추상(抽象)표현으로, 또한 유기적(有機的)인 의식으로 현실을 풍부하고 다양하게 이야기함으로써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자는 어문(魚紋)에 대한 동양전통문화로서의 상징적 의미와 종교적 차원에서의 의미를 고찰하였으며, 고려청자, 조선백자, 분청사기 등의 도자기와 목어, 쇳대, 민화에 나타나는 어문(魚紋)의 상징성과 형태적 특징을 중심으로 조형적인 검토를 단행했다. 또한 현대도예의 형성과 전개, 한국의 현대도예의 성립과정 및 조형표현의 유형과, 표현기법을 분류 분석하여 현대도예에 나타난 어문(魚紋)의 조형 및 조형물이 내포한 상징성의 의미를 고찰하는 데 주안을 두었다.
작품연구에서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고 그 대상의 내재성에 의해 직접적으로 느낀 감정을 표현 하였고, 그 속에서 인간이 자연을 접하고 관망하면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의식 할 수 있는 미의식을 만들어 보았다.
본고에서는 흙이 지닌 폭넓은 물성과 물고기 형상의 접목이 도자문화예술에 끼친 영향을 살펴봄으로써, 자연의 대상물인 물고기를 생활미술로 끌어들인 선인들의 예술 행위처럼, 자연의 정서가 담긴 물고기 문양이 우리의 전통요소를 응용하여 심미적인 생활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도모하였으며 이러한 연구의 결과는 물고기 소재가 응용된 도자에 대한 재평가와 조형적 탐구로의 모색을 위한 연구자의 작품으로 표현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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