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재외한국학교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대학진학을 위해 국내에 귀국한 귀국 대학생들의 대학 적응을 탐색적으로 분석한 연구이다. 주로 초·중등학교의 귀국학생에 한정되어있던 ...
본 연구는 재외한국학교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대학진학을 위해 국내에 귀국한 귀국 대학생들의 대학 적응을 탐색적으로 분석한 연구이다. 주로 초·중등학교의 귀국학생에 한정되어있던 기존 연구에서 벗어나, 연구대상을 귀국대학생의 범위로 확장시켜보고자 하였으며, 특히 기존의 귀국학생 연구가 부모의 파견동행이나 조기유학 등의 사유로 이루어진 서구권 국가 출신의 학생의 연구에 치우쳐져 있었던 점에 반해, 본 연구는 주로 자영업을 하는 부모를 두고 있으며, 한국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을 받고 국내에 귀국한 재외한국학교 출신의 귀국 대학생을 연구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서 호치민 소재 재외한국학교 출신 귀국 대학생 123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대학적응과 관련 있는 변인을 민족적 정체성 및 정서적 소외감의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우선 기존 연구에서 타당도와 신뢰도를 인정받은 도구를 사용하여 연구대상의 대학생활적응과 민족적 정체성 및 정서적 소외감을 측정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통계분석과 상관분석,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또한 그들의 해외 경험에 관한 인식 및 귀국 후 대학 적응시 어려웠던 점 등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귀국 대학생들이 본국에 돌아왔을 때 겪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천적 함의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구사회학적 변인과 각 변인과의 관계를 보기 위해 F 검정 및 t 검정을 실시한 결과 성별과 해외거주기간에 따른 각 변수들의 차이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나, 대학 재학학년에 따라 대학생활 적응과 정서적 소외감의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었다. 즉, 귀국학생이 대학에 입학한 직후인 대학교 1학년 학생의 대학생활 적응 정도가 가장 낮고,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대학생활 적응 정도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며, 귀국학생의 정서적 소외감 역시 대학교 1학년에서 가장 높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둘째, 각 변수의 상관분석 결과 대학생활 적응과 민족적 정체감, 정서적 소외감은 각각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밝혀졌으며, 특히 대학생활 적응과 정서적 소외감은 높은 부적 상관관계가 있음이 나타났다.
셋째, 민족적 정체감과 정서적 소외감이 대학생활 적응을 예측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표준 회귀분석을 해본 결과, 두 변수의 대학생활 적응에 관한 설명력은 40.1%였으며, 민족적 정체감과 정서적 소외감은 대학생활 적응을 유의미하게 예측하였다. 즉, 높은 민족적 정체감이 대학생활 적응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정서적 소외감이 높을수록 대학생활 적응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서구권의 국제학교가 아닌 재외 한국학교에서 영어나 해당 국가의 언어가 아닌 한국어를 통해 한국 교육과정에 준해서 실시되는 한국식 교육을 받은 학생이라 할지라도, 삶의 배경이 되는 문화권이 이동함에 따라 본국에 돌아왔을 때 대학적응과정에서 정서적 소외감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정서적 소외감은 갓 본국에 귀국한 1학년의 경우 가장 높고, 이에 따라 대학생활 적응도도 낮음을 볼 수 있다.
넷째, 재외 한국학교 출신 귀국 대학생들의 해외 경험에 관한 인식 및 귀국 후 대학적응시 어려웠던 점 등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조사 대상 중 약 93.5%의 학생들이 해외 거주 경험에 대해 긍정적이었다는 보고를 하고 있으며, 해외에 거주하면서 얻게된 이점으로 ‘외국거주 경험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더 넓어짐’, ‘한국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외국문화의 체험’, ‘개인적으로 성격이 성숙 또는 성장하는 계기가 됨‘ 등에 높은 빈도 수준의 응답을 보였다. 이는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비록 적응의 문제를 보일 수 있지만, 해외 생활을 통해 경험의 확장 및 개인적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경험들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귀국 후 한국 생활에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서는 ‘수업이나 학점관리 등 학업 적응 문제’가 가장 많았으며, ‘한국 생활 전반에 걸친 정보부족‘, 그 뒤로 ’해외에서 왔다는 것에 대한 편견어린 시선‘ 등을 꼽아, 대학진학 후 이들이 일부 학업 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으며 이것이 대학생활 적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 생활 전반에 걸친 정보부족‘과 ’해외에서 왔다는 것에 대한 편견어린 시선‘은 앞서 규명한 정서적 소외감과 연결되는 것으로, 귀국 대학생들이 다시 본국에 돌아와 대학적응을 하는 과정에서 해외와 한국 사회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화적 장벽 내지 소외감을 경험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재외 한국학교 출신 귀국 대학생의 대학생활 적응에 도움을 주기 위한 실천적 정책을 제안한다면 첫째, 귀국 대학생이 본국 적응 과정에서 정서적 소외감을 경험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대학교 1학년 귀국 학생들이 주로 호소하고 있는 ‘학업에 대한 어려움’, ‘한국에 대한 정보 부족’ 등과 같은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 도입이 요구된다. 본 연구에서 귀국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생활 적응 프로그램의 형태는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서도 정서적 지지를 함께 얻을 수 있는 멘토-멘티식 프로그램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둘째, 재외 한국학교에서 ‘민족적 정체성’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교육을 더욱 확대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해외에 위치하고 있는 특수성으로 인해 재외 한국학교의 교육은 자칫 외국어 교육이나 특례 입시 교육으로 치우치게 될 우려가 있으나, ‘민족적 정체성’ 확립이 문화 적응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변수로 지적되며, 본 연구에서도 대학적응에 설명력을 갖는 요소임이 확인된 바와 같이, 한국인으로서의 ‘민족적 정체성’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이 더욱 적극적으로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후속 연구에 대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귀국 대학생의 대학생활 적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인을 민족적 정체감과 정서적 소외감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변인을 고려하지 못하였다는 측면이 있다. 문화적응 측면에서 중요한 설명력을 가지는 ‘사회적 지지’등 다양한 변인에 대해서도 탐색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민족적 정체성과 같은 거시적 변수보다는 미시적 변수를 활용한 연구가 추가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해외의 성장 경험이 구체적으로 개인의 심리적 성격 형성 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에 대한 탐구와 아울러 이들 집단이 국내에서 성장한 청소년에 비해 어떤 측면의 성격적 특성을 갖고 있는지도 탐구되어야 한다.
둘째, 본 연구는 재외 한국학교 출신의 귀국 대학생의 연구를 위해 호치민 소재 한국학교 졸업생을 표본으로 연구하였으므로, 연구를 일반화 하는 것에 한계를 갖는다. 따라서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다른 인접 국가의 한국학교에서 수학했던 귀국 대학생에 대해서도 같은 결과를 얻게 되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검증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본 연구는 질문지 형식의 양적 연구방법을 사용하였으므로 피험자의 자기-보고식의 대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온라인 설문을 통해 자료 수집이 이루어졌으므로, 온라인에 잘 접근하지 않는 귀국 학생이 연구에서 배재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추후 연구에서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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