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교육에서 숙련된 학습자란 일정 수준의 목표어 문식성을 지니고 목표 언어로써 능숙하게 의사소통이 가능한 학습자를 말한다. 그러나 숙련된 학습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작문은 ... 외국어 교육에서 숙련된 학습자란 일정 수준의 목표어 문식성을 지니고 목표 언어로써 능숙하게 의사소통이 가능한 학습자를 말한다. 그러나 숙련된 학습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작문은 목표어 담화 공동체에서 자연스러운 작문으로 인식되지 않는 경우를 보게 된다. 본 연구는 담화 공동체 간 '글쓰기 문화'의 존재를 상정하여 이질적인 담화 공동체간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언어 간섭 현상에 관심을 두었다. 이를 한국과 중국의 논설 텍스트를 중심으로 학습자들의 글쓰기 방식을 관찰하였다. 텍스트언어학과 대조수사학의 관점에서 양국의 글쓰기 교육과정, 언어 능력 평가 기준 등을 조사하고, 그 차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장기간의 한국어 학습에도 불구하고 생성한 텍스트가 한국어 담화 공동체의 글말처럼 여겨지지 않는 원인을 탐색해 봄으로써 더 나은 한국어 작문 교육 방안의 개발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연구의 의의를 둔다. 텍스트 언어학과 대조 수사학, 그리고 양국의 쓰기 교육 과정 등을 살펴보았을 때 한국은 장르에 대한 지식을 강조하는 등 글쓰기의 인지적인 측면을 강조하였으나 양국 모두 필자의 감정과 체험, 태도 등 글쓰기의 정의적 측면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양국은 논설문에 대한 의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논설문을 ‘어떤 주제에 관하여 자기의 생각이나 주장을 체계적으로 밝혀 쓴 글’이라고 정의한다. 덧붙여 ‘논설문은 서론, 본론, 결론 등의 각 단계가 그 나름의 독자성을 지니면서도 논리상으로나 인과 관계상으로 긴밀하게 얽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장과 논거, 논증을 기본 요소로 예상되는 반론에 대한 방어나 주장에 대한 지지, 근거의 객관성을 높여 주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자료 등을 덧붙이며 글을 전개한다. 한국은 논설문을 서정성이나 예술성 또는 효과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장르의 텍스트와 달리 주관적이고 직관적인 요소들은 철저히 배제한 채 오직 구체적인 사실, 객관적인 자료만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상대에게 피력하는 장르로 보고 있다. 중국의 논설문, 즉 의론문은 명‧청대의 대표적인 과거 시험 문체인 팔고문에 뿌리를 두고 있다. 팔고문에는 사서오경 속 성현들의 언행을 자신의 관점으로 풀어내는 대언체(代言體) 부분과 대구법을 통해 잘 짜인 모양을 만들어내는 부분이 있어서 내용과 형식적인 변별 기능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팔고문의 표현 방식이 현재 중국의 대학 입시 의론문에 전승되고 있다. 팔고문이 표현, 형식미를 강조한 것처럼 입시작문의 평가 기준들을 살펴보면 ‘감정 진실도’, ‘언어 유창도’, ‘이미지의 많은 활용’, ‘다양한 표현을 활용한 문장 변화’, ‘수사법 활용 능력’, ‘개성적 문장’ 등 한국의 논설문과는 상당히 다른 관점으로 논설 텍스트를 바라보고 있다. 중국의 논설문, 즉 의론문은 주제를 제기하고 근거를 제시하는 점에서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자신의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한국의 논설문에서는 용인되기 어려운 형식미와 예술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형식의 차이는 물론, 논증 방식과 논거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까지 직결된다. 이는 실험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인 피실험자들은 대부분 '서론-본론-결론'의 3단 구성을 활용하였으며 처음부터 주제에 대해 필자의 의견을 밝히며 시작하는 글도 보이지만 대개 주제와 관련된 현상을 제시하고 그것의 의미에 대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시작하였다. 뒤이어 그에 따르는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글을 전개하는 것을 선호하였다. 한국의 글은 대개 주제와 관련된 현상 등을 제시하는 방법을 통해 독자들의 주의 집중과 관심을 환기하고 나서야 비로소 주제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밝히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이어서 주장에 대한 각종 근거들과 예상되는 반박과 그에 대한 재변론을 펼치고 마지막은 자신의 주장을 종합하고 강조했다. 사용하는 논거 또한 한국의 글에서는 역사적 사실이나 통계 자료 등 주관성 개입의 여지가 적은 자료를 활용하였다. 중국인 피실험자들은 대부분 '개문견산(開門見山)-근거 제시-주장 강조'의 구성을 활용하였다. 글을 시작하는 첫머리에 바로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뒤이어 그 근거를 제시한 후 자신의 주장을 종합하고 강조하며 글을 마무리 짓는 방식으로 글을 전개하였다. 한국인 피실험자들의 방식과 달랐던 점은 '과도문단'과 '관념논거'이다. 중국에서는 앞문단과 뒷문단의 내용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한 두 개의 문장에도 문단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었다. 또한 실증적인 자료만을 객관성있는 논거로 인정하는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고사성어나 성인의 말, 매체로 방송된 일화 등 공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라면 객관성 있는 논거로 인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논설문에 대한 관습의 차이와 한국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의 삭제로 인한 분량 감소, 같은 의미에 대한 사용 어휘의 차이 등이 한국어 텍스트에 그대로 반영되었던 것이다. 이는 한국어 글쓰기 능력의 부진이 L2 구사 능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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